[태풍 '매미' 강타] (전문가들 분석) 침체경제에 직격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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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뜩이나 위축돼 있는 국내 경기가 한반도 남부와 동부지방을 강타한 태풍 '매미'로 인해 더욱 침체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특히 태풍의 직접적인 피해를 입은 지역을 중심으로 산업생산 활동이 극심한 차질을 빚어 당초 4분기 중으로 기대했던 경기회복 시점도 좀 더 늦춰질 가능성이 높아졌다는게 정부와 민간 연구소 관계자들의 분석이다.
강호인 재정경제부 경제분석과장은 "추석을 분수령으로 4분기엔 수출 호조 속에 내수ㆍ투자 회복을 기대했으나 상당한 차질이 빚어질 것 같다"며 "현재 상황에서는 4분기 경기 저점을 확신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특히 매년 4분기는 쌀 수확기로 농업분야 생산 비중이 다른 분기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아 4분기 성장률이 예상보다 낮아질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우려됐다.
4분기 국내총생산(GDP)에서 농산물이 차지하는 비중은 15% 정도.
다른 분기의 농산물 비중(8% 안팎)에 비해 두 배가량 높은 수준이다.
박병원 재경부 경제정책국장은 "16일로 예정된 경제민생점검회의에서 청년실업대책 외에 태풍 후속대책도 논의키로 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재경부는 피해 복구에 예비비(1조5천억원)를 우선 쓰고 모자라면 2차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하는 방안도 추진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문건 삼성경제연구소 전무는 "이번 태풍 피해로 농산물 생산이 마이너스로 돌아서면 4분기 GDP 성장률이 당초 예상보다 적어도 0.5%포인트가량 감소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번 태풍은 또 농수산물 작황에 큰 피해를 끼쳐 소비자물가를 불안하게 만들 우려도 큰 것으로 지적됐다.
오문석 LG경제연구원 상무는 "태풍 피해는 보통 생산쪽보다 물가에 더 큰 부담이 된다"며 "피해복구 대책도 농산물 가격 폭등으로 인한 인플레 심리 확산을 막는데 중점을 둬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대유 재경부 국민생활국장 역시 "4분기 농산물 물가 폭등이 우려된다"며 "태풍보다는 일조량 부족으로 인한 영향이 더 큰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논밭 작물 침수지역이나 벼가 쓰러진 지역, 낙과 면적 등은 작년 이맘때 전국을 휩쓸었던 태풍 '루사' 때보다 휠씬 작다는게 재경부의 판단이다.
대신 일조량 부족으로 인해 작물들이 제대로 영글지 않아 수확기에 가격이 폭등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한편 백화점 할인점 등 유통업체들은 이번 태풍으로 인해 소비가 연내에 회복되리라던 기대는 사실상 물 건너간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추석 경기가 예상 밖으로 좋아 다행이었는데 이번 태풍으로 소비심리가 다시 급랭할 것 같다"며 "호경기 때도 천재지변이 있으면 백화점 매출은 감소하기 마련인데 올해는 불황에 태풍까지 겹쳐 설상가상"이라고 말했다.
신세계 관계자도 "할인점보다는 백화점, 그중에서도 지방 점포가 더욱 타격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안재석ㆍ류시훈 기자 yag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