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 '매미'로 인해 전국적으로 사망·실종자 수가 1백여명에 달하고 재산손실도 엄청나다니 참담한 심정이다. 가뜩이나 경제사정이 어려운 데다 기상조건마저 좋지 않아 흉년이 우려되는 터에,엎친데 덮친 격으로 태풍피해까지 입었으니 더욱 그렇다. 특히 산업현장의 피해가 막심해 복구하는 데만도 앞으로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니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가장 큰 피해를 본 곳은 여수·울산지역 석유화학공단으로 정전사태로 인해 공단내 수십개 공장의 가동이 중단되는 바람에 수백억원대에 이르는 피해를 입은 것으로 추정된다고 한다. 부산항 컨테이너 부두의 대형 크레인들이 상당수 파손돼 화물운송에 큰 지장을 받게 된 것도 심각한 일이다. 그렇지 않아도 올들어 화물연대의 잇따른 파업으로 인해 외국 해운사들이 기항지를 해외로 옮기는 등 타격이 컸는데,또다시 하역마비 사태가 장기간 지속될 경우 자칫 부산항의 위상이 송두리째 흔들리지 않을까 우려된다. 또한 고리와 월성의 일부 원자력발전기가 가동을 전면 중단했고 곳곳에서 송전탑과 교량 등이 파손되는 등 전력 통신 철도 도로를 비롯한 사회기반시설 피해도 컸다. 정부는 전국 각지의 피해상황을 신속히 파악하는 동시에, 예방대책에 소홀한 점은 없었는지 따져 봐야 할 것이다. 아무리 순간 최대풍속 60m의 살인적인 강풍이 불어 인력으로 막기엔 한계가 있었다고 하지만, 단 몇시간 동안의 태풍에 수백만가구가 정전사태를 겪고 산업피해도 엄청난 걸 보면 우리의 재난방지 체계에 큰 구멍이 뚫려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인명피해가 컸던 마산시의 경우도 대응조치가 미흡하기는 마찬가지다. 해일에 대비해 좀더 일찍 주민들을 대피시켰어야 했다. 지난해 태풍 '루사'로 극심한 피해를 입고서도 대응태세가 이 모양이니 참으로 한심한 일이다. 언제 또 대형재난이 닥칠지 모르는 만큼 당국은 이번 기회에 범국가적인 차원의 재난방지 시스템을 철저히 재점검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지금 당장 무엇보다 시급한 과제는 피해 복구에 최선을 다하는 것임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각 부처별로 시름에 잠긴 이재민들을 물심양면으로 지원하고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후속대책을 서둘러 시행해야 할 것이다. 산업현장의 피해복구가 차질을 빚을 경우 4분기 이후 경기회복에도 지장을 줄 것으로 우려되는 만큼, 2차 추가경정예산 편성 또는 특별재해지구 지정 등 가능한 모든 조치를 검토해야 마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