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강남 재건축아파트에서 촉발된 부동산투기를 잡기위해 재건축 아파트 중소형비율을 대폭 확대한데 이어 지난 9일엔 서울시가 층수제한조치까지 발표했다. 김진표 재경부 장관과 최종찬 건교부 장관은 이날 "추가대책은 없다. 이것으로도 꽤 떨어질 것"이라고 말해 강남발 부동산문제 해결에 자신감을 보였다. 하지만 문제의 본질을 잘 아는 이들은 "아니다"고 단언한다. 왜 강남불패라는 말이 나오는지 구체적으로 짚어보자. 첫째,정부는 입으론 주택정책을 민생(국민 의식주)의 핵심이라며 "투기세력엄단"을 외쳐대지만 실상은 부동산투자열기를 내수경기부양의 핵심수단으로 써왔다. 작금의 부동산폭등 현상도 DJ정부시절 총선을 앞두고 정부가 아파트 미등기전매를 눈감아주는 등 거의 투기촉진책이라고 불러야할 만한 부동산경기부양책을 쓴 데서 비롯됐다. 하필 투기세력이 아닌 실수요자들도 경제부처의 이런 행태를 익히 경험해온 터다. 때문에 내년 봄 총선전까지 경기가 좋아지지 않으면 다시 부동산경기 진작책을 내놓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둘째,정부는 강남대체수요를 충족시키기위해 판교신도시에 사교육(학원)단지를 만들고 특목고를 배치하고 대형아파트를 늘이겠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이에 혹해서 강남에서 판교로 가거나 강남으로 갈 사람들이 판교로 가리라고 기대한다면 정책을 내놓은 관료들이 멍청하거나 알면서도 다시 국민을 속이는 것이다. 정부는 10여년전 분당과 일산신도시를 건설할 때 지금 판교보다 훨씬 화려한 "강남을 능가하는" 신도시 청사진을 제시했었다. 그러나 일산신도시 등에 약속된 외교단지니 출판단지니 하는 차별화계획은 물거품이 됐고 급기야 이들 지역은 고교평준화까지 실시됐다. 정부를 믿고 신도시로 갔던 서울,특히 강남사람들을 "다시는 속지않는다"면서 되돌아가고 있다. 오죽했으면 "강남아파트 팔아서 분당간 주부는 미친x"이라는 말이 소위 "미친X 시리즈"에 추가됐을까. 셋째,분당 일산이 강남을 대체하지 못한 결정적인 이유의 하나는 이들이 "서울특별시의 밖"에 있기 때문이다. 성남시(분당) 고양시(일산)의 일반행정는 물론 교육행정 서비스수준은 서울 강남과는 하늘과 땅 차이다. 하지만 지방분권과 행정수도의 중부권 이전을 내걸고 집권한 참여정부에서 판교신도시를 "서울시 판교구"로 만들 가능성은 전무하다. 넷째,강남은 단순 주거단지(베드타운)인 분당 일산이나 수도권 위성도시들과는 도시구조가 전혀 다르다. 세계경제 10위권을 넘보는 한국의 최고 상업업무지구에 아파트 단지들이 섞여있다. 현대자동차 포항제철 삼성그룹의 빌딩이 즐비하고 한국과 거래하는 다국적 기업의 서울지점과 이들 상대로 서비스를 제공하는 국제변호사나 컨설턴트사무실 호텔들도 몰려있다. 강남은 뉴욕 런던 도쿄 싱가포 홍콩등 이른바 "글로벌 도시 네트워크"에 편입되는 단계에 와 있다고 봐야한다. 강남 집값은 차라리 도쿄 싱가포르 상하이 홍콩과 비교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따라서,서울 특히,강남을 수도권의 다른 주택도시들과 비교해서 위화감조성 운운하는 것 자체가 비현실적이다. 다섯째, 강남부동산은 주식으로 치면 황제주와 같다. 강남투기세력만 선호하는게 아니다. 서울에서 자녀를 공부시키는 지방부호들부터 LA등지에서 돈을 번 해외교포들까지,싱가포르 일본등 해외 부동산투자회사까지 몰려들고 있다. 마치 국내외 모든 주식투자세력이 삼성전자 주식을 탐내는 것과 같다. 정부는 강남부동산시장을 반드시 잠재우겠다는 식의 위선적인 정책가면을 벗어던지고 시장 실상을 재대로 파악해서 현실에 맞는 정책을 추진해야 할 것이다. lee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