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여록] 무너진 꿈, 동북아허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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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물연대파업이 끝난지 얼마나 됐다고?엿가락처럼 휘어지고 무너져버린 9백t짜리 크레인을 일으켜 세울 장비가 있을리 없지요?. 부산항이 동북아 허브경쟁 대열에서 영영 탈락하는 것같아 일손이 잡히지 않습니다."
태풍 '매미'로 전쟁터를 방불케할 정도로 황폐화된 부산 신감만부두를 망연자실한 채 바라다 보던 한 부두 직원은 "화물연대 파업때만 해도 노파심에서 '동북아 허브경쟁에서 탈락할지 모르겠다'고 했지만 태풍으로 엉망진창이 돼 버린 부두시설을 보니 부산항이 이렇게 내려앉나 하는 절망감 뿐"이라며 한숨지었다.
한 관계자는 "초속 50m의 강풍에도 견딜 수 있도록 설계됐다는데? 초속 42.7m의 바람에 무너졌다니 기가 막힌다"고 말했다.
그는 "일본 항만은 이 이상 바람에도 끄떡없다"면서 "기상대 발표가 틀렸거나 항만시설공사에 문제가 있을 것이라면서 수출항의 숨통을 막아버린 원인을 밝혀내야 한다"며 흥분했다.
부산의 주력 항만인 신감만부두가 사실상 마비되는 바람에 외국 선박들은 줄지어 들어오지만 당장 배를 댈 선석이 없어 비상이 걸렸다.
신감만부두를 찾은 외국선사의 한 직원은 "상하이나 싱가포르 등 외국 경쟁항은 올해 태풍들이 피해갔고 항만분규는 생각지 못하는 상황인데 이상하게 부산항은 불행이 겹치고 있다"며 안타까워했다.
그는 "광양이 울산항으로 빨리 연계 및 대체 서비스를 제공하는 등 비상대책 시스템을 가동해서 외국선사들의 불편을 최대한 줄여야 그나마 상처를 빨리 아물게 할 것"이라고 충고하기도 했다.
신감만부두 등의 안전성 진단을 맡은 한국컨테이너부두공단 측은 "사고 당시 신감만부두의 전기가 꺼져 전체 상황을 제대로 알수 없는 상태"라며 "어떻게 이렇게 허무하게 무너져 내렸는지 분석해서 향후 대책을 마련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이에대해 현재 신감만부두 마비로 외항에서 선박을 대기하고 있는 대만 에버그린의 한 직원은 "전기가 나갔다고 태풍속도 체크가 안된다는 정도의 시스템으로 동북아 허브를 목표로 했다는게 난센스"라고 꼬집었다.
부산=김태현 사회부 기자 hy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