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항이 화물연대 파업과 태풍 '매미'로 인한 컨테이너 크레인 붕괴로 심각한 타격을 입은 상황에서 중국이 상하이 앞바다에 위치한 섬 양산(洋山)에 세계 최대 규모의 신항을 건설하고 있어 부산항 등을 중심으로 한 한국의 동북아 허브전략에 차질이 예상된다. 상하이 주재 한국 총영사관은 현지에서 최근 열린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주최 '한ㆍ중ㆍ일 자유무역협정(FTA) 전망 세미나'에서 상하이 양산항이 개발되면 부산항의 처리물량이 최대 20~30%까지 줄어들 것이란 내용의 보고서를 발표했다. 상하이항은 양쯔강에서 끊임없이 쏟아져 나오는 토사 때문에 수심이 8~9m로 얕을 수밖에 없다는 취약점을 안고 있다. 때문에 상하이항에서 출발하는 화물선들은 컨테이너를 절반 정도만 채운 뒤 부산항이나 일본 고베항에 들러 나머지 물량을 싣고 미국이나 유럽으로 떠나는 간접항로를 이용해 왔다. 하지만 양산항이 개발되면 상황은 달라진다. 중국의 상하이 신항 개발계획은 양산과 상하이를 세계에서 가장 긴 32km의 6차선 연륙교로 연결하고 2020년까지 4단계로 나눠 양산 심수항을 개발한다는게 골자다. 양산항은 세계 최대 규모인 52선석을 갖춰 현재 부산항의 3배에 달하는 화물을 처리할 수 있게 된다. 지난해 6월 공사가 시작된 양산항 사업이 완료되면 양산항에서 물량을 가득 실은 화물선들은 부산 등지를 거치지 않고 곧바로 미국 유럽 등으로 직항하기 때문에 부산과 광양항의 환적처리 물량 감소가 불가피하다. 상하이항의 컨테이너 처리량은 현재 상태에서도 이미 부산항을 위협하고 있다. 2000년 세계 6위에서 매년 한 단계씩 올라 올해는 부산항을 제치고 세계 3위로 부상할 것이 확실시되고 있다. 다른 지역에서 나온 물동량을 또 다른 지역으로 바꿔 싣는 환적물량이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고 연 평균 물동량 증가율이 10%대인 부산항과는 비교도 안되는 30%대에 이르고 있다. 오형규 기자 o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