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무역기구(WTO)는 멕시코 칸쿤에서 열리고 있는 제5차 각료회의 폐막을 하루 앞둔 13일(이하 현지시간) 개발도상국에도 특별품목(SP)을 제외한 모든 농산물의 관세를 일률적으로 대폭 인하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각료선언문 초안을 발표했다. 선언문 초안은 이번 회의의 핵심의제인 농산물 관세인하와 관련, 기존의 국가별 관세 체계를 인정하는 UR방식과 무차별적으로 관세 상한선을 설정하는 스위스방식, 그리고 무관세화(개도국은 5% 이하) 등 3가지 방식을 품목별로 혼합 적용토록 했지만 어떤 방식이든 대폭적인 관세인하를 요구하고 있어 한국 농업은 사실상 전면 개방에 직면하게 됐다. 이같은 내용의 초안이 14일(한국시간 15일 오전) 폐막회의에서 최종 채택될 경우 수입제한 품목인 쌀을 포함해 1백% 이상의 고(高)관세 농산물만도 1백42개 품목에 달하는 한국은 농업분야에서 심각한 타격을 받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한국은 이번 협상에서 관세를 일정 수준 이상으로 올릴 수 없게 하는 '관세 상한' 방식과 낮은 관세로 수입하는 물량을 늘리자는 저율관세쿼터(TRQ) 증량 방안을 각료선언문에서 삭제해줄 것을 요구해 왔으나 결과적으로 우리 의사를 관철시키는데 실패했다. 초안은 특히 특정 품목에 정부 보조금을 집중해 지원할 수 없도록 보조금 총량에 상한선을 설정함으로써 추곡수매를 통해 정부 보조금을 지원받아 왔던 쌀 농가는 심각한 영향을 받을 것으로 우려된다. 농산물 이외의 공산품 등 비농산물과 서비스 등의 개방안에 대해서는 지난달 발표된 각료회의 2차 초안의 내용을 그대로 담거나 소폭 수정하는 선에 머물렀다. 이같은 선언문 초안에 대해 한국을 비롯 일본 노르웨이 등 주요 농산물 수입국들(G-10그룹)이 강력히 반대하고 있어 최종 선언문으로 채택될지는 아직 불투명한 상태다. 이정호 기자 dolp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