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국내에서 개발된 기술 가운데 첫 손가락에 꼽히는 것은 LG생명과학의 '팩티브'다. 팩티브는 국내 최초로 미국 FDA(식품의약국)로부터 신약승인을 받았다. 팩티브의 정식 기술명칭은 퀴놀론계 항균제 제미플록사신이다. 이 신기술이 최근 국산 신기술인정제도인 KT(Excellent Korean Technology) 마크를 획득했다. 이번에 KT 마크를 획득한 신기술은 이 뿐만이 아니다. 미래기술로 떠오른 나노기술을 활용한 '카본나노볼 소취제'(LG생활건강)를 비롯 첨단 로봇기술인 '벽면 흡착식 진공 브라스팅 로봇'(삼성중공업), 모터기술 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린 '단상 스위치 릴럭턴스 모터'(LG전자), 디스플레이 기술의 핵심인 '비자성 1성분 고정형 컬러현상기술'(삼성전자)을 포함해 42개 기술이 KT 마크를 받았다. 올해로 10주년을 맞은 KT 마크는 국내의 대표적인 기술인정제도로 자리를 잡고 있다. 현재 국내에서 시행 중인 여러가지 기술인증제 가운데서 가장 돋보이는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KT 마크는 해외에서도 그 명성을 인정받고 있다. 바이어들로부터 KT 마크 획득여부를 묻는 질문이 부쩍 늘고 있다는게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이에 따라 국내 기업들은 신기술이 완전히 개발되기 전부터 KT 마크 획득을 위한 준비를 하고 있다. ◆ KT 마크란 =93년 기술개발촉진법 시행령에 따라 제정된 것으로 신기술의 우수성을 인정해 주는 제도다. 현재 과학기술부와 한국산업기술진흥협회가 공동으로 주관하고 있으며 엄격한 심사절차에 따라 선정된 기업에 인정서가 수여된다. 지난 98년까지는 매년 한 차례 수여했으나 99년부터는 매 분기 주고 있다. KT마크 신청대상 기술은 △국내 최초개발이어야 하고 △시제품제작 완료단계에 있어야 하며 △향후 1년 내에 상업화가 가능하며 △가격경쟁력이나 시장진출 및 수입대체 효과 등 경제성이 있는 기술 등이다. ◆ 어떤 혜택이 있는가 =KT 마크 자체가 최고의 기술 보증서다. KT 마크를 제품이나 포장지 용기 홍보물 등에 사용, 제품의 기술성과 신뢰성을 인정받아 구매력을 창출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과학기술진흥기금이나 기술신용보증기금 등을 통해 시설자금과 운영자금을 대출받을 때 낮은 금리를 적용받을 수 있으며 대출조건 평가 때도 가산점을 받을 수 있다. 또 연구 및 인력개발을 위한 설비투자에 대해 세액공제 혜택(당해연도 설비투자금액의 5%)을 받으며 기술분야별 소그룹 활동을 통해 기술교류도 할 수 있게 된다. ◆ 심사는 어떻게 하나 =기술분야별 6개분과(전기전자 소프트웨어 기계 화학 생명 소재 건축환경) 24개 소위원회로 나뉘어 3단계에 걸쳐 심사한다. 1차에서는 신청서류와 기술개발자 면접을 통해 기술을 확인한다. 2차심사에서는 1차 통과 업체를 대상으로 현장 실사를 통해 품질관리 체계, 제품의 성능, 개발현황 등을 평가한다. 마지막 3차에서는 정부 및 학계 연구계 전문위원 20여명으로 구성된 심사단이 전체회의를 열고 최종기술을 선정한다. 3차심사까지 통과하더라도 곧바로 KT 마크를 획득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이의신청이라는 절차가 남아 있기 때문이다. 이의신청은 KT 마크 예정기술에 대해 다른 기업으로부터 검증절차를 밟는 것이다. 산기협은 3차 심사결과 예정기술을 공고한 뒤 20일간 이의신청을 받는다. 이 기간에 다른 기업에서 유사기술 등을 이유로 이의를 하게 되면 30∼50일간 조정심사를 거치게 된다. 따라서 이의신청이 제기된 기술에 대해서는 해당분기에 신기술을 인정해 주지 않으며 조정심사 후 재인정될 경우 다음 분기에 인정서를 준다. 오춘호 기자 ohch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