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정책 관련 전문가들은 전면개방이 불가피해진 한국 농업의 활로를 찾기 위해서는 대대적인 구조조정과 함께 새로운 고가 농산물 시장 개척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또 국내 농가에 심대한 타격이 불가피한 만큼 충격을 최소화할 사회안전망 확보에도 주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우루과이라운드(UR) 이후 천문학적 규모의 돈이 농업에 투입됐지만 실질적인 효과는 거의 거두지 못했다"며 "정부가 선거 등을 의식해 적당히 넘어가려 할 경우 엄청난 사회ㆍ경제적 비용을 치르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 위기의식부터 가져야 전문가들은 농업개방이 초읽기에 들어갔음에도 아직까지 정부와 농민들의 위기의식은 여전히 안이한 수준에 머물러 있다고 지적했다. 민승규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현재 국내 농업 현실은 5년전 외환위기 전후 금융계가 처했던 상황과 똑같다"고 잘라 말했다. 민 연구원은 "정부 관계자들이나 농민들이 말로는 위기상황이라지만 여전히 '어떻게 되겠지' 식인 것 같다"며 "이젠 최악의 시나리오를 가정한 특단의 대책이 시급히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재옥 농촌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도 "이번 협상이 결렬된 것은 잠시 문제를 덮어둔 것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추후 협상이 재개되더라도 반드시 이번에 제시된 정도의 농업개방이 이뤄지며 이로 인해 국내 경제와 사회에 큰 혼란이 초래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 지속적인 농업구조조정 필요 농산물 시장 개방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농업구조조정에 힘을 쏟아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았다. 강선구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영세농을 하나로 묶어 국내 농업구조를 대형화하고 이를 통해 생산력을 높여야 한다"며 "이를 위해 경지 정리 뿐 아니라 전직 농민에 대한 교육과 농공단지 조성 등 다각도로 정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김한호 서울대 교수(농경제학)는 "기존 가격위주 정책에서 벗어나 농민소득을 직접 보전해 줄 수 있는 방향으로 정책 틀이 마련돼야 한다"며 "필수품목인 쌀이나 고품질 농산물에 대한 지원을 확대하는 대신 저가 농산물 시장은 과감히 포기하는 선별적 정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 새로운 시장이 필요하다 새로운 농산물시장을 개척하는 것도 반드시 추진해야 할 과제로 지적됐다. 민승규 수석연구원은 "구조조정을 통한 농업생산성 제고도 중요하지만 어차피 미국 수준의 생산성을 갖추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틈새시장 공략이 농민 소득보전의 근본 해결책"이라고 주장했다. 안재석ㆍ김동윤 기자 yag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