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 '매미'가 영남지방을 할퀴고 간 와중에 미국이 "(여단급 이상의) 독자 전투부대를 한국측 부담으로 이라크에 파견해달라"고 요청,정부가 골머리를 앓고 있다. 참여정부 출범초기 논란 끝에 파병이 결정됐던 서희(공병)·제마(의료지원)부대와는 달리 이번에는 전투병 파병이다. 미국이 요구하는 병력은 이라크의 일정 지역을 독자적으로(self-sustaining) 맡아 치안을 유지하면서 이라크 무장세력과 전투를 벌일 수 있는 부대다. 인명 피해도 예상될 수 있는데다 월남전 이후 실질적으로 첫 대규모 전투병력 파견 문제여서 자칫 국론이 완전히 양분되면서 가뜩이나 고조되고 있는 국내의 진보·보수세력간 갈등이 한층 심화될 우려도 있다. 더욱이 이라크 사태가 장기화될 조짐마저 보이면서 국제적으로 골칫거리인 '수렁'에 발이 빠질 수도 있다. 정부 당국의 고민은 파병을 할 경우 국내 에너지(원유)의 최대 수입처인 아랍 중동권과 마찰·충돌이 염려되고,요청을 거부할 경우 미국과의 전통적인 동맹관계에 금이 갈 수 있다는 점. 현재 미국과는 2사단 병력 등 주한미군 재배치 문제를 논의 중이다. 더욱이 북핵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위해선 미국의 적극적인 협력을 얻어야 하는 상황이다. 국내 사정도 만만찮다. 앞서 1차 파병 때와 달리 한나라당도 "이번에는 총대를 메지 않겠다"며 정부 차원에서 파병을 결정하더라도 국회비준에서 호락호락 협조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시민·사회단체들도 각각의 색깔에 따라 벌써부터 완전히 정반대 목소리를 내고 있다. 15일 청와대 고위관계자와 미국과 실무담당자인 위성락 외교통상부 북미국장이 나란히 기자들과 만나 지난 3일 한·미간 군사문제를 협의하기 위해 방한한 롤리스 미 국방부 부차관보,허바드 대사가 처음으로 공식요청한 이후 파병요청과 관련된 진행상황을 비교적 자세히 설명하고 나선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어떤 결정이 나더라도 찬반이 엇갈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보니 미국의 요구를 그대로 털어놓고 여론의 동향을 지켜보면서 국익에 부합하는 판단을 하자는 의도다. 정부 당국자들도 이 점을 숨기지 않으면서 "신중하고 합리적인 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시간을 달라"고 요청했다. 정부는 북핵문제 해결과 한반도 평화정착,한·미 동맹관계를 유지 발전시킬 카드로 활용해 나간다는 방침을 세우면서,국제정세 및 동향을 감안하고 국내의 여론도 충분히 반영해 결정을 내리겠다는 점을 밝혔다. 이 과정에서 추가 파병부대의 국제적 성격과 유엔의 입장이 감안돼야 하며,파병에 따른 반대급부나 실리와 위해요인 등이 충분히 감안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정부는 당장 이번 주에 관계부처간 협의와 국가안보회의(NSC)를 열어 방향을 잡은 뒤 여론을 봐가면서 다음달 20∼21일 노무현 대통령과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정상회담 때까지는 정부안을 매듭지을 것으로 보인다. 허원순·권순철 기자 huhws@hankyung.com .................................................................. [ 폴란드 사단이란 ] 현재 폴란드군을 주축으로 나자프 등 이라크 중남부지역에서 치안 경비임무를 수행 중인 다국적군 형태로 3개 여단,1만여명으로 구성돼 있다. 폴란드군은 1개 여단(2천3백여명)과 사단 직할부대(7백여명) 등 3천여명이고,나머지 2개 여단은 스페인 우크라이나 헝가리 등 20여개국의 파견 병력이다. 사단사령부 산하의 각 여단은 개인화기와 공용화기,지원부대(통신 수송 행정지원)로 구성된 경보병들로 구성됐다. 전차와 중화기는 갖고 있지 않으나 독자적 작전 수행이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