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의회가 아파트 재건축 기준연한 완화를 내용으로 하는 '도시 및 주거환경 개선 조례안'을 의결한 것에 대해 서울시가 부동산 가격안정 대책에 역행한다며 재의를 요구한 것은 잘한 결정이다. 최고 6년까지 아파트 재건축 시점을 앞당길 수 있는 서울시 의회의 수정 조례안이 그대로 시행될 경우 거품이 빠지기 시작하고 있는데 불과한 재건축 시장에 다시 기름을 붓는 격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여러번 지적했던대로 재건축 아파트 가격안정을 위해서는 물론이고 멀쩡한 아파트를 조기에 허무는데 따른 사회적 낭비를 막기 위해서도 재건축 연한 기준은 오히려 강화될 필요가 있다는 것이 우리 생각이다. 아직도 집이 모자라고 불량주택이 태반인 마당에 80년대 초반에 지어진 아파트까지 20년만에 허물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은 뭐가 잘못돼도 한참 잘못 됐다. 외국 같으면 새 아파트로 취급될 이런 멀쩡한 아파트를 경쟁적으로 허무는 나라가 세계 어디에 있는가. 이런 현상이 발생하는 것은 잘못된 재개발 정책에 의해 자초된 것임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사정이 이런데도 서울시 의회가 주민들의 인기에 영합해 재건축 연한을 완화키로 한 것은 결정 자체가 잘못됐다고 할 수밖에 없다. 이런 점에서 서울시 의회는 서울시의 재의 요구를 받아들여 최소한 당초대로는 시급히 되돌려 놓아야 한다. 한 걸음 더 나아가 70년 이후 지어진 아파트에 대해서는 안전상의 심각한 위험이 없는 한 30년 이상으로 강화하는 방안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차제에 정부는 재개발과 같이 지자체와 주민들의 이해가 일치할 수밖에 없는 분야에 대한 조례 제정권을 지자체 의회에 계속 맡겨 놓을 것인지에 대해서도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 토지이용 규제나 환경규제는 공익을 위해서는 필요하나 주민들 입장에서는 달갑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런 규제를 완화할 수 있는 권한을 주민들과 이해를 같이하는 지자체 의회에 맡긴다면 결과야 뻔하지 않겠는가. 난개발과 부동산 투기가 횡행하는 이유도 따지고 보면 이와 무관하지 않다. 최근의 집값 폭등은 잘못된 재개발 정책에 의해 초래됐다는 것은 의문의 여지가 없다. 정부의 9·5 안정대책에 따라 재개발 아파트 가격이 하락하고 있는 것은 다행이라고 하겠으나 아직도 거품이 남아 있는 것이 사실이다. 정부는 재건축 시장에 낀 거품이 완전히 빠지면서 전반적인 집값 안정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재건축 시장 안정대책을 흔들림 없이 추진해 나가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