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연휴기간 중 부산 해운대에 있는 시댁을 찾은 최정민씨(33)는 태풍으로 '악몽같은 밤'을 지낸 후 바다 조망 아파트에 대한 인식이 바뀌었다. 초강력 태풍으로 20층에 위치한 시댁 아파트 베란다 유리창이 박살나고 화장실 변기가 흔들리는 공포를 겪었기 때문이다. 태풍 피해가 해안의 주거지역에 집중되면서 바다 조망 프리미엄을 누려온 해변 아파트에 대한 소비자들의 인식이 달라질 전망이다. 지금까지는 바다 조망이 가능한 아파트는 일반아파트에 비해 수천만원의 프리미엄이 형성될 정도로 높은 인기를 누려왔으나 이번 태풍으로 자연재해에 취약한 단점이 노출됐기 때문이다. 14호 태풍 '매미'의 피해가 가장 컸던 부산 해운대구의 경우 고층 아파트 주민들이 지하주차장으로 피신하는 소동을 벌였다. 해운대 새부동산중개업소의 전병운 사장은 "태풍이 지난간 후 바다 조망 아파트 프리미엄이 떨어질 것이라는 얘기가 벌써부터 나돌고 있다"며 "앞으로 바닷가에서 분양예정인 아파트들은 강화유리 설치 등 별도의 안전장치를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바다 조망 마케팅을 벌여온 건설업체들도 이 때문에 속앓이를 하고 있다. 오는 11월께 해운대에서 고층 주상복합아파트를 분양할 계획인 D건설은 벌써부터 강화유리 설치 등 안정성 제고를 위한 다각적인 방법을 강구 중이다. 이 회사 관계자는 "특수유리를 쓸 경우 추가적인 원가 상승요인이 발생하지만 이번 태풍으로 어쩔 수 없는 선택을 해야 할 상황"이라며 "분양시점에 맞춰 적절한 대비책을 내놓을 방침"이라고 밝혔다. 김형호 기자 chs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