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법원에서 논란이 되고 있는 캘리포니아주지사 소환투표 연기문제가 지난 2000년 플로리다주에서 발생했던 `부시 대(對) 고어'사건의 재판(再版)이 될 수 있다고 워싱턴 포스트 인터넷판이 16일 보도했다. 부시 대통령에게 승리를 안겨준 2000년 대선관련 재판에서 반대표를 던졌던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 연방대법관은 지난 2월 샌디에이고의 법대생들을 상대로 한 강연에서 `부시와 고어'의 대결은 `일종의 재판'이었지만 앞으로 법원에 의해 판례로받아들여질지는 의심스럽다고 말한 바 있다. 하지만 샌프란시스코 소재 연방 제9순회항소법원은 15일 부시와 고어의 대결 판례를 인용, 오는 10월7일로 예정된 캘리포니아 주지사 소환투표를 연기하라고 판결,2000년 대선소송 판결의 악영향이 그리 쉽게 억제될 수 없다는 것을 보여줬다. 항소법원은 이날 캘리포니아 주지사 소환투표에서 2000년 대선 당시 플로리다주사례와 유사한 오류가 재발할 수 있는 구식 펀치(천공)카드 투표용지를 사용할 경우위헌이 될 것이라고 판결했다. 이 판결이 상고심에서 뒤집혀지지 않는 한 2000년 대선관련 소송으로 곤욕을 치렀던 대법원이 최종 선택을 할 수밖에 없다. 대법원은 이 소송에 개입하지 않거나,위험을 감수하고 부시와 고어 소송 판결을 인정하든지 아니면 다시 한번 논란속에뛰어들어 최종 결정이 무엇이든 당파적이란 비난을 감수하는 것이다. 한편 이번 판결로 인해 그레이스 데이비드 주지사가 정치생명을 연장할 수 있는얼마간의 유예시간을 얻는 등 최대 혜택을 받게 됐다고 로스앤젤레스 타임스 인터넷판이 16일 보도했다. 그동안 수세에 몰려있던 데이비드 주지사와 민주당측은 이번 판결을 계기로 소환투표에서 득표할 수 있는 정밀 시나리오를 마련할 기회를 얻게될 수도 있다고 양당 전략가들은 관측하고 있다. 민주당은 특히 소환투표가 캘리포니아주에서 민주당 대선 예비선거가 치러지는내년 3월까지 연기되면 민주당원의 투표율이 높아지고, 여기에 주의 경제상황도 호전되기 때문에 많은 기대를 하고 있다. 반면 상대 후보들은 주지사 소환투표 경쟁이 장기화됨에 따라 언론의 집중적인취재대상에서 멀어지게 되고, 데이비드 주지사의 소환에 대한 여론이 식을 가능성도배제할 수 없어 선거전략의 재조정이 불가피하게 됐다. 하지만 각 후보들은 이번 판결에도 불구하고 "법원의 최종 결정이 나기 전에는선거운동을 계속할 것"이라며 선거운동의 고삐를 늦추지 않고 표밭갈이를 계속했다. 특히 데이비드 주지사는 이날 빌 클린턴 전 대통령과 함께 윌리엄 제퍼슨 클린턴 초등학교 개관식에 참석하는 등 클린턴 전 대통령과 함께 두번째로 공식 석상에나타났고, 아널드 슈워제네거는 부인 마리아 슈라이버와 함께 오프라 윈프리 쇼에 출연해 섹스와 마약 및 마리화나 피운 의혹 등 과거 경력에 대한 집중적인 질문을 받고 해명했다. (서울=연합뉴스) 안수훈 기자 as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