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2006.04.04 06:33
수정2006.04.04 06:38
3개월만에 열린 16일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단 회의의 결론은 역시 정부가 각종 규제를 과감히 철폐해야 한다는 것.
최악의 경제상황을 벗어나려면 기업의 투자를 활성화시켜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기업이 뛸 수 있도록 정부가 각종 족쇄를 풀어야 한다는 논리다.
회장단은 우선 지난 2ㆍ4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1.9%)이 1962년 본격적인 경제개발 이후 최저치였다는 점을 주목했다.
◆ 기업활동 발목 잡지 말라
회장단은 기업의 투자만이 침체의 늪에 빠진 경제를 살리는 원동력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따라서 정부가 기업의 투자의욕을 고취할 수 있도록 모든 정책이 신중하게 추진돼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노사관계 로드맵은 기업의 경쟁력을 저해할 우려가 있는 조항은 심각하게 재고해야 한다는 기존 입장을 다시 밝혔다.
공정거래법상의 계좌추적권은 실효성이 낮고 일몰제와 금융실명제법 취지에도 어긋나며, 특히 내부거래가 공정거래법상의 규제대상이 아니라는 점을 들어 연장 반대의 입장을 분명히 했다.
증권집단소송제 역시 법사위 통과안으로는 소송남발을 방지하기 어려우므로 허가요건을 강화하고 담보제공의무 등이 포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회장단은 정부가 경제를 살리기 위한 획기적인 정책을 마련하면 기업도 지나친 축소지향형 경영에서 벗어나 적극적으로 투자를 늘려가겠다는 기존 원칙을 다시 확인했다.
◆ 반기업정서 해소 시급
재계는 이날 모임에서 반기업정서로 대표되는 국민들의 기업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바로잡는게 시급한 과제라는데 인식을 같이 했다.
회장단은 이를 위해 이달부터 시장경제이념 확산사업을 더욱 강화키로 했다.
청소년 대학생 일반인 등 모두 14만여명에 대해 청소년 경제교육, 미래 엘리트 양성교육 등 33개 사업을 추진해 사회전반에 만연한 반시장ㆍ반기업 정서를 불식시켜 나가기로 했다.
◆ 태풍 피해 복구 앞장설 것
회장단은 또 이번 태풍이 경제의 어려움을 더욱 가중시킬 수도 있다며 복구에 재계가 앞장서기로 했다.
이를 위해 회원사가 모두 4백50억원의 성금을 조성하기로 했다.
현명관 전경련 부회장은 "재계가 성금 뿐 아니라 장비 및 인력을 적극 지원하고 특히 피해 현장에서 복구지원 활동을 펼치는데 주력키로 했다"고 밝혔다.
◆ 손길승 회장 계속 신임
손길승 회장이 만찬장에서 "SK 문제로 심려를 끼쳐 죄송하다"고 말하자 참석자들은 "용기를 잃지 말고 열심히 하시라"고 박수를 치며 재신임했다고 현명관 전경련 부회장이 전했다.
현 부회장은 "손 회장이 'SK해운 수사상황 여하에 따라 회장단 및 원로자문단과 의논해 결과에 따르겠다'고 향후 계획을 밝혔다"고 전했다.
현 부회장은 "손 회장이 전경련 회장직을 수락할 때 하고 싶었던 일이 있었다"며 "앞으로 10∼20년 뒤에 한ㆍ중ㆍ일 경제연합체가 이뤄질텐데 그 때 한국이 주도권을 쥐는 단초를 만드는게 그것"이라고 소개했다.
◆ 정부 및 정계 비판도 봇물
이건희 삼성 회장은 만찬장에서 "핀란드나 스웨덴처럼 작지만 경제가 강한 나라를 벤치마킹 대상으로 삼아야 한다"며 "21세기는 경제력이 지배하는 세상이기 때문에 우리도 나가야 한다. 재계가 할 일이 많다. 그 하나의 목표가 국민소득 2만달러 달성이다. 재계가 함께 실천하자"고 말했다.
그는 "다만 아쉬운 것은 대처 총리나 박정희 대통령처럼 강력한 리더십이 있으면 좋겠지만…그래도 하자"고 강조했다.
김승연 한화 회장도 만찬이 끝난 뒤 만찬장의 분위기를 언급하면서 "한 참석자는 '잘못된 정책이 길어지면 파국을 부를 수 있다. 지금이 그렇다. 지금 투자할 분위기냐,몇 사람을 바꿔서 해결될 일이 아니다. 국가의 정체성이 없는데 로드맵이 무슨 소용 있나'며 불만을 터뜨리더라"고 전했다.
김 회장은 "정치자금 문제가 늘 되풀이돼 외국에 가면 창피하다"며 "기업이 제대로 하게 내버려 뒀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정세영 현대산업개발 명예회장은 만찬장에서 "정치권이 국가를 운영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기업이 한다"며 "경제가 없으면 정치가 없다"고 말했다.
김병일ㆍ정태웅ㆍ장경영 기자 kb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