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쌀시장 '빗장' 푸나 ‥ 盧대통령 등 농업개방 대세論 잇따라 시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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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농업시장의 개방폭 확대를 요구하는 미국 등 주요 농산물 수출국들의 압력이 거세지고 있는 가운데 대통령을 비롯, 핵심 경제장관들이 쌀 등 농업시장 개방의 '발상전환'을 시사하는 발언을 잇따라 내놓아 주목을 끌고 있다.
이에 따라 정부가 그동안 고수해 온 '관세화 유예를 통한 쌀시장 보호' 전략이 '개방 불가피' 쪽으로 선회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 내년 이후 협상방향에 관심
김진표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지난 15일 관영 인터넷 매체인 '국정브리핑'과의 인터뷰에서 "활발한 경제교류와 국가 미래를 위해 쌀 개방은 이제 불가피한 시대적 선택"이라고 강조했다.
내년 말이면 우루과이라운드(UR) 협정을 통해 보장받은 10년간의 쌀 관세 유예조치가 끝나게 돼 있는 상황에서 부총리의 이같은 언급은 '개방 불가피'를 시사한 것 아니냐는 해석을 낳고 있다.
허상만 농림부 장관도 지난 4일 한 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결국 쌀 재협상에서 지금처럼 관세유예로 가든지, 포기하더라도 이에 대한 대책이 있어야 한다"고 말한 것으로 확인됐다.
그러나 허 장관의 발언은 농림부의 요청으로 실제 방송에서는 삭제 됐다.
한국은 지난 94년 5월 최종 타결된 UR협상에서 최소시장접근(MMA) 물량을 2004년까지 소비량의 4%까지 단계적으로 늘리면서 수입하는 것을 전제로 10년간 쌀 관세화를 유예받았다.
관세유예 마지막 해인 내년부터 시작될 미국 등과의 재협상에서 관세화를 다시 유예받지 못하면 쌀 시장의 전면적인 개방이 불가피하다.
문제는 한국 농업의 낙후성.작년 말 현재 국내 농가소득의 46.0%가 농업소득이며 농업소득의 46.8%가 단일 작물인 쌀 소득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같은 농업소득 비율은 일본의 13.1%, 대만의 17.6%에 비해 3배 정도 높은 수치다.
◆ 정부 고육책인가
통상전문가들은 대통령과 부총리, 농림장관의 연이은 발언에 대해 "농업시장 개방이 코앞으로 다가온 상황에서 쌀시장의 빗장을 어느 정도 푸는 대신 다른 농산물의 개방폭을 줄이는 방안을 타진하는 것 아니겠느냐"고 분석하고 있다.
쌀시장 개방에 대한 공론화 필요성을 느끼는 정부 내 물밑 기류가 반영된 것이라는 평가도 있다.
농림부 관계자는 이에 대해 "쌀 관세화 유예라는 기본 입장에는 변화가 없다"며 "다만 재협상 상대국들이 쌀 관세화 유예 대가로 무리한 요구를 할 경우 DDA협상 세부시행 원칙의 이해득실을 따져 관세화가 가능한지에 대해서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이정호 기자 dolp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