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으로 몰리는 고급주택수요 흡수를 위해 판교 신도시 건설이 발표되자 벌써부터 투기열풍이 거세다고 한다. 예상했던 일이지만 막상 이렇게 되고 보니 신도시로 집값을 잡기는커녕 공연히 판교 일대의 집값·땅값만 올려 놓은 꼴이 되고 말았다. 원래 계획보다 중대형 아파트 공급물량을 크게 늘리고 1만평 규모의 '학원단지'까지 조성하겠다는 당국의 발표가 있고 나서 투기꾼들이 더 기승을 부린다니,정부가 땅장사에 나선 것이 아니라면 처음부터 정책 발상 자체가 잘못됐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수백조원에 달하는 부동(浮動)자금이 굴러다니는 상황에서 주택공급 확대로 부동산투기를 진정시키기에는 어차피 한계가 있다. 집값 상승이 부동자금 유입을 촉발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현재의 주택시장은 가격등락에 따라 수급이 조절되는 정상적인 개념의 시장이 아니다. 강남 집값이 오르면 판교도 따라 오르고, 다시 강남쪽은 더 오르는 최악의 사태가 벌어질지도 모른다. 또한 일단 집값이 크게 오르고 나면 주택공급이 다소 늘어나도 집값이 떨어지지 않고 새 아파트 분양가를 끌어 올린 것이 그간의 우리 경험이다. 물론 주택공급은 꾸준히 늘려야겠지만 당장은 주택시장에서 가수요를 차단하고 실수요자 중심으로 유도하는 조치를 병행해야 옳다. 현재 투기과열지구에 한해 시행중인 분양권전매 금지,주상복합 아파트에 대한 규제강화를 전면적으로 확대하는 조치 등이 그런 예다. 또한가지 지적할 점은 판교다 화성이다 하며 수도권 주변에 신도시를 자꾸 건설하는 것을 재고해야 한다는 것이다. 수도권 신도시 건설이 서울인구를 분산시키기 보다는 수도권 팽창을 불러올 뿐이라는 점에서 특히 그렇다. 집값 안정이라는 측면에서 봐도 신도시 건설보다는 서울 강북지역 재개발이 더 낫다고 생각한다. 강북에 특목고나 자립형 사립고를 신설하는 동시에 재개발을 통해 교통 상하수도 등 생활여건을 개선하는 것이 판교 신도시에 학원단지를 조성하는 것보다 강남지역 집값 안정에 훨씬 더 효과적이다. 건교부가 집값을 잡겠다고 국가 백년대계인 교육정책을 함부로 뒤흔드는 것도 문제지만, 주무부처인 교육부가 이에 대해 한마디 대응도 하지 않는 것도 한심한 일이다. 이제는 가구수 대비 주택수를 나타내는 주택보급률이 전국 평균 1백%를 넘었으며 서울지역도 80%대에 이른 만큼,과거처럼 물량공급 확대에만 급급할 것이 아니라 정책시행에 따른 비용과 효과를 면밀하게 검토해야 마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