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HE WALL STREET JOURNAL 본사 독점전재 ] 중국 위안화 평가절상 문제가 세계경제의 최대 화두로 등장했다. 미국은 올해만 1천3백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는 대중 무역적자를 줄이기 위해 중국정부에 위안화가치를 현실화시킬 것을 요구하고 있다. 존 스노 미 재무장관은 최근 일본과 중국을 방문,위안화문제를 국제적인 이슈로 부각시켰다. 그러나 중국정부는 위안화 평가절상이 세계경제의 기관차 역할을 하고 있는 중국을 비롯 아시아 각국의 경제성장에 재앙을 가져올 것이라고 주장하며 미국의 요구를 거부하고 있다. 역사적으로 국제경제 문제가 정치적 관점에서 접근될 때는 항상 좋지 않은 결과가 나타났다. 위안화 평가절상도 바로 이런 부류의 이슈다. 미국이 위안화 문제를 핫 이슈로 부각시키고 있는 것은 '경제'보다는 '정치'적인 이유 때문으로 판단된다. 미 경제는 현재 90년대 후반 버블 붕괴로부터 회복되지 못하고 있고,실업자들이 넘쳐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 특히 제조업체들은 값싼 수입품 때문에 국내 시장을 뺏겼고,노동자들도 일자리를 잃고 있다. 미 기업들은 정부에 대책을 요구하고 있다. 미 정부가 이러한 요구에 대해 별다른 대책이 없다면,차선책은 해외에서 정치적 '희생양'을 찾는 것이다. 바로 위안화다. 여기에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중국이 지난 20년 사이에 '세계의 공장'으로 부상,선진국의 제조업 위상을 크게 잠식했다. 또 개도국의 노동집약적인 제조업에 큰 구멍을 내기도 했다. 게다가 중국으로 국제자금이 대거 유입됐고,위안화가치를 낮게 유지하려는 중국정부의 시장개입으로 외환보유액은 지난 10년동안 2천억달러 이상 급증,현재 3천5백70억달러로 세계 2위를 달리고 있다. 그러나 위안화 절상을 통해 중국의 수출이 감소한다고 해서 미국의 번영과 고용확대가 보장되지는 않는다. 미국 경기사이클이 바뀌어야만 그렇게 될 수 있다. 위안화 평가절상은 값싼 중국제품을 비싸게 만들어 결국 미 소비자들의 부담만 더 늘릴 뿐이다. 이보다 더 중요한 것은 위안화 절상으로 중국경제가 흔들릴 경우 안그래도 취약한 세계경제 회복세가 멈출 수 있다는 점이다. 중국이 지난해 미국에 대해 1천30억달러의 무역흑자를 올렸지만,중국의 전체 경상흑자는 국내총생산(GDP)의 2.1%에 불과하다. 더욱이 최근 몇년간 수입증가율이 매년 두자릿수를 기록,이 추세라면 3년 후에는 중국의 경상수지는 균형을 이루게 된다. 위안화 절상시 중국 금융시스템의 혼란은 불가피하다. GDP의 30%에 상당하는 3천7백10억달러의 부실대출을 안고 있는 은행들은 중국경제의 가장 취약한 부분이다. 위안화 절상으로 기업들이 수출에 어려움을 겪으면 은행들은 국영기업들에 더 많은 대출을 해주도록 압력을 받게 되고,그 결과 중국은행의 부실화는 심화될 수밖에 없다. 중국은 지난번 외환위기때 아시아의 안전판 역할을 했고,그런 기능이 가능했던 것은 고정환율 덕이었다. 지난해 중국의 대 아시아 무역적자가 4백50억달러에 이를 만큼 중국은 이 지역으로부터 막대한 물량을 수입하고 있다. 아시아 국가들이 급격한 위안화 절상을 우려하는 것은 수입을 계속해 주는 안정된 중국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정리=정지영 기자 cool@hankyung.com -------------------------------------------------------------- 이 글은 JP모건은행의 수석 이코노미스트 빌 벨체어가 18일 아시안월스트리트 저널에 기고한 'Bad advice on th Yuan'을 정리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