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新노사문화 우수기업] 분규 격랑속 한국경제 떠받친 기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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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산업현장은 흡사 전쟁터였다.
3∼4월 동시 다발적으로 시작된 춘투(春鬪)는 전국 각지의 사업장을 마비시켰고 화물연대 등 대규모 조직으로 급속히 번졌다.
급기야 주요 생산현장은 물론 철도 도로 항만 등 국가 기간망마저 한때 제 기능을 잃어버렸다.
시일이 지날수록 파업은 더욱 맹위를 떨쳤다.
춘투는 여름을 넘기면서 하투(夏鬪)로 이어졌고 노사분규의 후유증은 눈덩이처럼 커져만 갔다.
파업으로 인한 내수 부진과 수출 차질은 경기 침체로 비틀거리는 우리 경제에 치명타를 가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악재는 쌓여만 갔다.
사스(SARS·중증 급성호흡기증후군)의 확산으로 해외 바이어 방문도 뚝 끊겼다.
싸늘해진 외부의 시선도 경제에 부담으로 작용했다.
외국계 기업들은 '북핵' 위기에다 '강성 노조' 때문에 "한국에서 기업하기 힘들다"고 아우성을 쳤다.
이런 분위기 탓에 외환위기 이후 경제 회생의 일익을 담당했던 외국인 직접투자(FDI)도 급격히 줄었다.
경제의 주름살은 더욱 깊어졌다.
노사문제가 꼬여갔지만 해결책은 요원했다.
과거와는 달리 분규의 양상이 더욱 복잡해졌기 때문이다.
임금이나 근로조건 개선을 위한 쟁의행위보다는 막무가내식 정치투쟁이 산업현장을 지배했다.
분배를 둘러싼 근로자와 사용자 간의 반목은 극에 달했고 근로자들 사이에도 갈등의 골이 깊었다.
정규직과 비정규직도 제 몫을 챙기기 위해 서로 마찰을 빚었다.
하지만 이런 '분규의 격랑' 속에서도 묵묵히 본분을 지켜가며 수출입국을 위해 불철주야 노력하고 있는 근로자와 회사가 적지 않았다.
이번에 하반기 '신노사문화 우수기업'으로 선정된 현대건설 포스코건설 한국유나이티드제약 등 35개 기업과 이 회사의 노사가 바로 그들이다.
수상업체인 현대건설을 살펴봐도 노사화합이 노사 모두에 이익이 되는 길이라는 것을 일깨워준다.
지난 90년대 후반까지 이 회사는 업계 선두 주자의 명성에도 불구하고 사무직 노조 결성을 둘러싸고 노사간 갈등이 끊이지 않았다.
그러나 2000년 10월 회사가 유동성 위기에 몰리자 노사는 위기를 기회로 삼았다.
노조가 채권단에 호소문을 보내고 모금운동과 함께 무분규 선언을 하는 등 회사 살리기에 앞장섰다.
사측도 투명경영으로 화답했다.
덕분에 현대건설은 광양항 컨테이너 터미널공사 등 대형 공사를 잇달아 수주하며 재도약을 꿈꾸고 있다.
이처럼 35개 수상업체의 임직원들은 나름대로 기적을 이뤄내고 있다.
이런 의미에서 이들은 분명 이 시대의 기둥이다.
"할 일을 했을 뿐"이라며 자신을 잘 드러내지 않았지만 이들이 있었기에 한국경제는 그나마 나락으로 떨어지는 최악을 면했을지도 모른다.
이제 우리 모두 전국 방방곡곡에서 노사화합의 문화를 바탕으로 악전고투하며 미래를 일궈가는 산업전사들에게 성원과 격려의 메시지를 보내자.
그들이 있기에 산업의 고동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그들이 있기에 우리의 국부(國富)가 조금씩 쌓여가고 있는 것이다.
우리 모두 일어나 이들에게 우렁찬 기립박수를 보내자.
김태철 기자 synerg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