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나기', '설국', '명동 44번지' 등 110여 편의 영화를 연출하며 한시절 충무로를 호령했던 원로 감독 고영남(본명 진석모) 씨가17일 새벽 1시 분당 차병원에서 폐암으로 별세했다. 향년 68세. 1935년 충북 수안보에서 출생한 고인은 59년 영화 '육체의 길'의 연출부로 충무로 생활을 시작한 이후 64년 '잃어버린 태양'을 흥행에 성공시키며 화려하게 데뷔했다. 그는 이후 액션 멜로물 '명동 44번지', '소령, 강재구' 등을 히트시켜 60~70년대 충무로 최고의 흥행감독으로 이름을 날렸다. 데뷔 이후 2000년 '그림일기'까지 40년 가까이 되는 시간 동안 연출한 작품은 모두 108편. 데뷔 이후 78년까지 해마다 평균 다섯 편 가량 영화의 메가폰을 잡았던 다작감독이었다. 이후 80년대에도 고감독은 '광염소나타', '위험한 향기', '생머리 19살', '내가 마지막 본 흥남', '미리마리 우리 두리', '매춘2' 등을 만들었으며 90년대에도 '코리언 커넥션', '그림일기' 등을 내놓으며 연출활동을 멈추지 않았다. 그는 폐암 말기임을 알게 된 지난 7월에도 신작 '향수'의 시나리오 작업을 계속했다. 시나리오 작가 이진모 씨는 "바싹 마른 체구에 날카로운 눈빛을 가졌음에도 항상 여유로운 미소를 잃지 않았던 학자같은 예술가였다"고 고인을 회고했다. 고 감독은 작품활동 외에 90년대 중반 아트시네마 대표 이사, 공연윤리위원회심의위원을 맡았으며 최근까지 아시아디지털대학 연극영화과 교수를 맡아 후학을 양성하는데도 힘을 쏟았다. 유가족으로 고인의 뒤를 이어 영화 감독 데뷔를 준비중인 장남 형태씨, 차남 정태씨와 딸 수미ㆍ수정씨 등 2남 2녀가 있다. 빈소 분당 차병원, 발인 19일 오전 9시20분. ☎(031)780-6167 (서울=연합뉴스) 김병규 기자 bkkim@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