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904js@foa.go.kr 우리는 생활속에서 많은 판단을 하게 된다. 일요일 아침 일어나면 오늘 무엇을 할까 고민한다. 가사일을 도와야 하나,등산을 할까,골프연습을 하러 갈까…. 대부분의 경우 내 자신의 호ㆍ불호를 기준으로 판단하게 된다. 공직에 몸 담은 지 30년이 넘었다. 지금도 처음 직장생활을 시작했을 때 선배들께서 가르쳐주신 '일하는 방법'이 생각나곤 한다. '중요사항은 상사에게 보고한 후 시작하라''시간을 지키는 것이 제일 중요하다''아랫직원을 휘어 잡으라'등이 그것이다. 그러나 시간이 지남에 따라 올바르다고 판단한 일처리 자세가 달라지기도 한다. 특히 사회가 복잡·다양해짐에 따라 판단기준이 변하고 있다. 권한을 하부에 많이 줘 결정단계를 축소하고,급한 일은 먼저 처리하고 나중에 보고한다거나,무리하게 시간을 지키기보다는 시간을 못 지키는 원인을 설명하고 차분히 처리하는 것이 타당할 때가 많다. 하부 직원들과의 관계도 수평적으로 바뀌고 있다. 최근 내가 겪은 일은 산사태 복구다. 산사태가 발생하면 이듬해 장마 전까지는 완전히 복구하는 것을 목표로 추진한다. 그러다보니 시간에 쫓겨 근본 원인을 조사해 완벽한 복구를 하지 못하고,산사태 이전의 상태로만 원상복구하는 경우도 있게 된다. 이런 경우 산사태가 반복될 수도 있는 것이다. 선배들께서 일하는 방식으로 가르쳐 준 것 중 가장 인상에 남고 지금도 지표로 삼고 있는 것은 어떤 일을 처리할때 분명한 입장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결재를 받을 때면 'position' 또는 'stand'가 뭐냐는 얘기를 자주 들었다. 나는 지금도 직원들에게 내가 배운 이 방식을 자주 얘기하곤 한다. 보고자의 입장을 분명히 정해서 보고하라고 한다. 요즘들어 입장을 세우는 데 고민에 빠지는 경우가 많다. 그것은 입장을 세우는 기준이 공적이고 객관적인 것이 아니고 집단 이기주의거나 개인의 호ㆍ불호가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나뿐만 아니라 주위 사람들도 치우친 기준에 의해 판단하는 것을 자주 느끼곤 한다. 정부 부처간 쟁점사항도 이런 경우가 있다. 판단의 기준은 개인별로 다소 틀릴 수 있다. 나는 고민스런 판단을 해야 할 때 공무원의 덕목을 상기하곤 한다. 나는 그 첫번째 덕목을 공평성과 국가 이익에 두고 있다. 무엇이 공평한가 또는 무엇이 국민과 국가에 이익을 주는가를 판단의 기준으로 삼으려고 노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