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예술도 경영이다.' 서구에서는 문화경영자라는 직함이 단순한 CEO 이상의 가치를 발휘하고 있다. 문화적 수준과 경영자의 자질이 절묘하게 조화된 신개념 용어이기 때문이다. 독일의 경우 15개 대학에 문화경영학과가 개설돼 있고 인기도 매우 높다. 한국에서는 예술경영과 문화경영이라는 말이 혼용되고 있지만 21세기 문화시대의 트렌드를 이끌 새로운 화두로 떠오르고 있는 것은 틀림없다. 독일 루트비히스부르크 대학 문화경영학과 교수가 펴낸 '컬처 매니지먼트'(베르너 하인리히스 지음,김화임 옮김,인디북,2만5천원)는 문화예술 경영의 모든 것을 일목요연하게 보여준다. 부제 '문화예술과 경영의 신선한 만남'이 말해주듯 문화산업뿐만 아니라 기업 운영과 기업문화,인적자원 관리까지 총체적인 모습을 담고 있다. 창조적인 자유와 개성을 바탕으로 하는 문화,효율성과 경제성을 따지는 경영.이 두가지 요소가 합쳐질 때 예술은 계획과 목표,조직화의 과정을 거쳐 문화산업으로 성장하게 된다. 저자는 이 책에서 "예술가는 생산자이고 관객은 수용자"라며 "창작이라는 유·무형의 고부가가치를 소비자에게 다양한 형태로 전달하는 작업이 바로 중간 조정자인 문화예술 경영자의 몫"이라고 말한다. 이를 위해 경영자는 경영학적 기능과 정치적·법적 한정조건을 충분히 인지하고 공공 문화사업,민간 문화사업,상업적 문화사업 등의 형태별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지속적인 성과를 얻기 위해 마케팅 전략을 짜야 하며 프로젝트별 계획도 신경써야 한다. 기업의 스폰서 재원은 음악이나 형상·공연예술 문학 영화·사진 등에 지원되므로 이를 활용하는 것도 경영자의 능력. 저자는 이같은 경영기법들이 결국 문화예술을 위한 경영이라는 걸 잊어서는 안된다고 강조한다. 경영자는 예술가가 아니라 예술의 가치를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유통시키는 촉매자이자 이들을 서로 연계시키는 조정자이기 때문이다. 고두현 기자 kd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