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텔레콤과 국민은행은 최근 사업영역을 놓고 치열한 신경전을 벌였다. SK텔레콤이 로또복권 구매대행 서비스를 시작하자 국민은행이 이를 제지하고 나섰다. 국민은행은 "복권의 1인 구매한도가 10만원인데 SK텔레콤이 구매대행 과정에서 수천만원어치 복권을 샀다"며 문제를 제기했다. SK텔레콤은 "복권을 사는 실수요자에게 1인당 10만원 한도를 지키고 있는데 구매대행 업체에 이 규정을 적용하는 것은 지나치다"며 포털 사이트의 구매대행 서비스는 눈감아주는 것과의 형평성 문제를 제기했다. 그러나 아직 칼자루를 쥔 쪽은 국민은행이었다. SK텔레콤은 서비스 개시 10여일만에 구매대행을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이처럼 이통사가 모바일결제서비스 등 금융 서비스 영역을 넘보는 사례가 잇따르자 금융회사들이 몸을 사리기 시작했다. 김정태 국민은행장이 올해초 "앞으로 은행의 가장 큰 경쟁자는 이동통신회사가 될 것"이라고 예언한게 현실로 다가오고 있는 셈이다. 금융뿐만 아니라 방송,유통 업체들도 이통사를 경계하고 있다. 심지어 휴대폰에 모기 퇴치 기능이 추가되면서 모기약 업체까지 비상이 걸릴 정도가 됐다. ◆휴대폰 영토 확장 휴대폰이 단순한 음성통화용 단말기의 울타리에서 벗어난지는 오래다. 정보기술(IT)의 발전으로 어지간한 정보기기의 기능을 다 갖추면서 활용범위가 무한대로 넓어지고 있다. 그래서 "휴대폰은 사람과 네트워크를 연결시켜 주는 IT 허브가 될 것"(이기태 삼성전자 사장)이란 전망도 나온다. 이동통신 업체들은 올해 모바일 금융 서비스에 전력투구하고 있다. 신용정보를 내장한 칩을 부착해 휴대폰을 신용카드처럼 사용하는 모바일 지급·결제서비스를 위해 SK텔레콤은 올해 5백억원을 투자,휴대폰 전용 카드리더기 44만대를 보급키로 했다. KTF와 LG텔레콤도 2백억원이상을 들여 리더기 38만대를 뿌릴 예정이다. 시장조사기관들은 멀지 않은 장래에 휴대단말기를 이용한 모바일 금융이 대세가 될 것으로 예상했다. 미국 조사기관인 ARC그룹은 2005년 전세계 10억명이 모바일 금융서비스를 이용할 것으로 내다봤고 미국 메리덴 리서치는 10년 후 모바일뱅킹 이용자가 인터넷뱅킹 이용자를 앞지를 것으로 예상했다. 방송과 통신의 융합도 현실이 됐다. 우리나라에서 휴대폰을 이용해 각종 방송 서비스를 이용하는 사람이 2백만명을 넘어섰고 연말에는 5백만명으로 불어날 전망이다. 내년에 SK텔레콤이 위성 디지털멀티미디어방송(DMB)을 시작하면 방송산업 전반에 지각변동을 일으킬 수 있다. 이통사들은 휴대폰으로 물건을 구매하는 쇼핑서비스에서 출발해 신문이나 잡지에 실린 특수 바코드를 카메라폰으로 읽어들여 쇼핑할 수 있는 유통채널도 키우고 있다. ◆기존 산업과 충돌 당장 결제시장에서 금융회사와 이동통신사가 샅바 싸움에 들어갔다. 은행들은 휴대폰으로 자금이체 등 모바일 결제 서비스를 이용하는 고객이 늘어나면 고객과의 접점을 상실할 수 있어 긴장하고 있다. 금융회사들은 언젠가 이통사와 제휴를 맺을 수밖에 없다는 점을 알고 있다. 하지만 주도권을 뺏기지 않기 위해 수수료,고객정보 관리권한,기술표준 문제를 놓고 힘 겨루기를 벌이고 있다. 통신회사와 방송사간 신경전도 어제 오늘의 이야기가 아니다. 위성DMB 기술표준 문제로 갈등이 표면화된지 오래다. 이제는 방송사들이 통신사의 방송 진출은 콘텐츠 제작이란 방송의 고유 영역을 침범하고 있다며 규제를 요구하기에 이르렀다. 음반 업체들도 온라인이나 모바일 음악 서비스 업체와 대립하면서 저작권료를 둘러싼 소송을 벌이며 피를 말리는 생존경쟁을 벌이고 있다. 미국 인디애나 대학의 조지 마라카스 교수(정보시스템 박사)는 "기술발전으로 전혀 예상치 못했던 IT업체가 전통산업의 막강한 경쟁자로 부상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남국 기자 n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