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2006.04.04 06:55
수정2006.04.04 06:59
한동안 잘 나가던 한국 증시가 흔들리고 있다.
19일 종합주가지수는 750선을 돌파한 지난 8월21일 이전으로 되돌아왔다.
그동안 지수를 끌어올렸던 외국인이 매수 고삐를 늦추고 있는 반면 외국인을 대신할 것으로 기대를 모았던 기관의 역할이 기대이상으로 부진한 게 주 요인으로 작용했다.
주도주가 분명치 않은 점도 최근 조정국면의 주된 배경이다.
IT(정보기술)주->옐로칩->금융주->통신.유틸리티주로 빠른 순환매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이렇다보니 장시작이후 오르다가도 오후엔 떨어지는 '전강후약(前强後弱)' 장세가 며칠째 되풀이되고 있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당분간 공격적 대응은 자제하는게 바람직하다는 신중론이 힘을 얻고 있다.
◆불발로 그치는 기관 장세
증시에선 지수가 750선을 돌파하면 기관화 장세가 펼쳐질 것이란 전망이 많았다.
과거 경험상 이 때부터 개인 자금이 투신권에 몰리고 매수 여력이 보강된 투신이 적극적으로 주식을 사면서 지수를 한단계 끌어올렸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 분위기는 영 딴판이다.
기관은 지수가 750선을 돌파한 후 이날까지 1조3천억원어치의 주식을 순매도했다.
이형복 한국투신운용 주식운용팀장은 "작년에 700선 이상에서 펀드를 산 개인들이 최근 주가 상승으로 원금을 만회하자마자 돈을 빼가고 있다"며 "환매에 응하기 위해 주가가 오를 때마다 보유주식을 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반면 외국인은 차익실현 조짐을 보이고 있다.
매도 금액만 보면 외국인들은 최근 5일간 하루 평균 4천6백억원어치를 팔았다.
김학균 굿모닝신한증권 연구원은 "외국인의 일평균 매도금액은 2002년 이후 최근까지 3천2백33억원이며 기록적 순매수를 보였던 올 6월부터 8월 사이엔 2천6백85억원이었다"며 "하루 매도금액이 4천억원을 넘는다는 것은 외국인이 추가 매수보다는 차익실현으로 돌아서고 있다는 증거"라고 해석했다.
◆속도 조절 필요
최근 한달간 지수 상승률은 '제로(0)'에 가깝다.
이 기간중 나스닥지수와 닛케이지수가 6% 안팎,대만 주가가 4% 정도 오른 것과는 대조적이다.
김세중 동원증권 연구원은 "외국인이 좀 더 강하게 사들이거나,투신 매물이 바닥을 보이고 개인들이 증시로 복귀한다는 신호가 나오기 전까지는 주도주 없는 순환매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투자 종목도 3분기나 4분기 실적호전예상주로 압축하는게 안전한 전략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아직 상승 추세가 꺾였다고 속단하긴 이르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강현철 LG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한달간 지수는 740∼775의 박스권에서 움직였다"며 "기관의 환매 압력과 차익실현에 대한 우려는 있지만 745∼750선 초반이 강력한 지지선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주용석 기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