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제품 한번 써보세요." 재계 총수들은 다른 기업 회장들에게 어떤 선물을 할까. 흔히들 돈 많은 총수들이라 고가품이나 명품을 선물할 것으로 생각하지만 오산이다. 자신이 경영하고 있는 회사의 제품을 선물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종류도 다양하다. 골프웨어는 물론 김치까지 선물 리스트에 오르니 말이다. 이건희 삼성 회장은 지난 16일 서울 신라호텔에서 열린 전국경제인연합회 9월 월례 회장단 회의와 저녁만찬에 참석한 재계 총수들에게 삼성전자의 최신 휴대폰을 선물했다. 이 회장이 선물한 휴대폰은 인터넷 접속 등 멀티미디어 기능을 수행할 수 있는 최신 '슬라이드폰'(모델명 SCH-E170). 휴대폰의 커버를 위로 밀어올려 화면 표시창을 볼 수 있는 이 제품은 넓은 화면을 통해 다양한 기능을 이용할 수 있다. 삼성 관계자는 "재계 총수들이 업무 효율성을 높이는 데 도움을 주기 위해 선물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이는 경영자는 '이동 집무실' 체제를 갖춰야 한다는 이 회장의 평소 지론과도 맥을 같이한다"고 설명했다. 이 회장이 재계 총수들에게 자사 제품을 선물한 것은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5월 신라호텔에서 열린 전경련 회장단 회의에서도 참석한 회장들에게 애니콜 최신 제품을 선물로 전했다. 당시에는 정몽구 현대·기아차 회장,손길승 SK 회장 등이 참석했다. 2001년에는 곤지암CC에서 열린 전경련 회장단 골프모임을 주선하면서 만찬과 함께 아스트라 골프복을 선물하기도 했다. 삼성 관계자는 "이 회장은 국내외 저명인사 등과 만날 때도 디지털카메라나 DVD플레이어 등 삼성이 만든 IT(정보기술)제품 최신 모델을 자세한 설명과 함께 기념품으로 주곤 한다"고 말했다. 박용오 두산 회장은 지난해 9월 전경련 회장단을 춘천CC로 초청,골프 모임을 가졌다. 이 모임엔 김각중 경방 회장,손길승 SK회장,김승연 한화 회장,강신호 동아제약 회장,박영주 이건산업 회장,김윤 삼양사 부회장 등 10여명의 재계 총수가 참석했다. 박 회장은 당시 참석자들에게 두산의 '종가집 김치'와 고급 위스키 '피어스클럽 18년'을 건넸다. 지난해 6월엔 구본무 LG 회장이 재계 총수들에게 선물을 돌렸다. 당시 전경련 회장단 회의를 대신해 곤지암CC에서 열린 친선 골프 모임에서 구 회장은 참석한 재계 총수들에게 LG의 소형 가전제품을 전했다. 전경련 관계자는 "회장들은 자사 제품을 선물하면서 수 많은 오피니언 리더들을 만나는 총수들에게 큰 홍보효과를 기대하는 것 같다"며 "자사가 만든 제품을 자신 있게 권하면서 느끼는 뿌듯함도 빼놓을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심기·장경영 기자 s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