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시장이 불안하다. 종합주가지수는 등락을 거듭하고 있지만 힘을 못쓴다. 거래량과 거래대금도 좀처럼 늘어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개인들의 자금은 들어올 듯하면서도 시장 주변을 맴돌 뿐이다. 외국인만이 주식을 샀다 팔았다하면서 시장을 들었다놨다하고 있다. 올 초나 지금이나 역시 화두는 외국인인 셈이다. 최근 한 달 사이 지수가 게걸음을 하며 좁은 박스권에서 움직이고 있다. 하반기 경기회복을 기대하는 투자자는 시장에 들어갈 시기다. 종목을 고르기란 그리 어렵지 않다. 외국인이 주도하는 장인 만큼 외국인이 많이 사는 종목을 따라사는 전략이 유효하다는 지적이다. 외국인은 지난 한 달간 거래소에서 금융주를 대량으로 사들였다. 순매수 1위는 외환은행이다. 한 달간 지분율이 31.5%에서 36.0%로 올라섰다. 신한지주 부산은행 LG화재 LG카드 등이 외국인 순매수 상위 10위권 내에 들었다. 코스닥의 기업은행도 외국인 지분율이 높아졌다. 외국인이 금융주를 대량으로 순매수한 것은 인수합병 등 구조조정이 어느 정도 가닥이 잡혔고,LG카드 등의 유동성문제도 해결됐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금융시장의 불안요소가 상당부분 해소된 것으로 보고 주식을 사고 있다는 뜻이다. 삼성중공업이나 대우종합기계 등 실적 호전 종목도 매수 타깃이다. 선박 수주가 지속적으로 늘고 있어 실적이 크게 나아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또 대우종합기계는 구조조정의 완료로 시장에서 재평가(re-rating)되고 있는 대표 종목으로 분류되고 있다. 코스닥시장에서 가장 많은 주식을 산 것은 하나로통신이다. 증자 혹은 외자유치로 논란을 벌이면서 M&A의 대상이 될 수도 있다는 재료로 외국인 지분율이 두 배가량 증가했다. 아시아나항공의 외국인 지분율이 증가한 것도 눈에 띈다.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와 유가하락의 영향으로 외국인의 러브콜을 받았다. 주성엔지니어링의 외국인 지분도 크게 늘어났다. 한때 코스닥의 대표종목으로 꼽혔지만,반도체경기 침체 영향과 삼성전자와의 거래에 문제가 생기면서 주가가 급락해 시장으로부터 외면받았었다. 그러나 최근 실적이 대폭 호전되고 외국기업에 대한 매출이 늘어나면서 외국인의 시각이 긍정적으로 변화했다. 지난 한 달간 외국인 순매수종목의 특징은 IT주가 거의 없다는 점이다. IT주는 지난 상승장에서 외국인의 끊임없는 매수세가 쏠리며 시장을 주도했었다. 그러나 삼성전자가 사상최고가 기록을 경신한 뒤 상승세가 크게 둔화되면서 차익매물이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증권전문가들은 해외 IT업체에 비해 주가가 크게 저평가돼 있어 단기적인 조정에 그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그러나 경기회복이 늦어진다면 주가가 상당기간 조정을 받을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조주현 기자 fore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