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얼마 전 발표한 '국민소득 잠정 추계 결과'에 따르면 올 상반기 국민들의 체감경기를 나타내는 실질 국민총소득(GNIㆍGross National Income)이 경기침체와 교역조건 악화로 98년 하반기 이후 반기기준으로는 4년 반 만에 처음 감소했다. 이와 관련해 한은 관계자는 "상반기중 반도체 등 주요 수출품 단가가 작년 상반기보다 하락한 반면 원유 등 수입품 가격은 올라 체감경기(실질 GNI)가 지표경기(실질 GDPㆍGross Domestic Product)를 따라가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GNI 지표는 왜 등장했고 교역조건과는 무슨 상관이 있는 것일까. GNI가 국내총생산(GDP) 지표와 달리 체감경기를 반영한다고 보는 이유는 또 무엇일까. 이를 설명하자면 먼저 국민총생산(GNPㆍGross National Product) 지표를 이해해야 한다. 간단히 말하면 GNP는 국내에서 생산된 최종생산물의 합계를 말하는 GDP와 달리 국내에서건 해외에서건 우리 국민이 생산한 것을 가리킨다. GDP가 생산지표라면 GNP는 소득지표라고 이해하면 된다. 80년대 이전까지만 해도 국가 경제력을 따지는 데는 GNP가 주로 사용됐다. 국가간 생산요소 이동이 많지 않던 시절이어서 생산지표와 소득지표를 구분치 않고 GNP를 경제 성장의 중심지표로 사용해도 별 문제가 없었던 것이다. 하지만 국가간 노동 및 자본이동과 기술이전 등이 활발해지면서 GNP와 GDP간 차이가 커졌다. GNP가 국내 경기나 고용사정 등을 제대로 반영할 수 없게 된 것이다. 이 때부터 많은 나라들이 경제 성장의 중심지표를 생산지표인 GDP로 변경하고 GNP는 소득지표로만 이용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소득지표로서도 GNP의 한계가 지적됐다. 거래 당사자가 국민과 국민이라면 가격변화에 따른 거래이익과 손실이 국민경제 내에서 상쇄되지만 국민과 외국인이라면 그렇지 않다. 다시 말해 교역조건의 변화가 문제다. 수출상품과 수입상품 간 교환비율로 한 나라 수출의 구매력이라고 할 교역조건이 변하면 소득수준도 변한다. 예컨대 기준연도에 비해 교역조건이 불리해졌다고 하자. 이는 일정량의 상품 수출로 수입할 수 있는 양이 감소한다는 것이고 그만큼 국민이 소비하거나 투자할 수 있는 재원이 줄어들어 실질소득은 감소한다. GNP는 그런 변화를 반영하지 못 한다. 이 때문에 실질 GNI라는 새로운 소득지표가 개발됐다. 한편 실질 GNI는 왜 체감경기로 간주될까. 잘 알려진 사례가 있다. 95년(기준연도)에는 자동차 10대(대당 1만달러)를 수출한 대금 10만달러로 공작기계 한 대(대당 10만달러)를 수입할 수 있었으나 98년(비교연도) 들어 자동차 수출가격 하락(대당 1만달러→5천달러)으로 20대를 수출해야 공작기계를 한 대 수입할 수 있었다고 가정해 보자. 기준연도 가격으로 평가한 98년 실질 GDP는 20만달러(20대, 대당 1만달러)로 95년에 비해 1백% 증가했다. 하지만 자동자 20대 수출의 구매력은 여전히 공작기계 1대로 95년과 동일하다. 즉 실질 GNI는 여전히 10만달러인 것이다. 교역조건이 50% 악화되면서 무역손실이 10만달러에 달한 탓이다. 위의 사례는 현실적으로 얼마든지 발생한다. 교역조건이 악화되면 기업은 우선 수익을 보전하기 위해 생산량을 늘리는 경향이 있다. 물량지표인 실질 GDP와 경제주체가 체감적으로 느끼는 것 간의 괴리는 그래서 확대된다. 교역조건 악화가 지속되면 물론 기업은 생산과 고용을 조정할 것이고 결국 실물경기 악화로 이어질 것이다. 그런 점에서 실질 GNI는 경기에 선행하면서 체감경기를 반영하는 지표라고 할 수 있다. 우리나라는 94년 이전에는 유리한 교역조건으로 실질 GNI성장률이 실질 GDP성장률을 상회한 반면, 95년 이후에는 교역조건 악화로 그 반대가 됐다. 95년 이후 체감경기가 경제성장률보다 낮다는 얘기다. 우리 경제는 수출입 의존도가 높아 교역조건의 변화가 미치는 영향도 그만큼 크다. 가격경쟁력 위주에서 벗어나 기술개발,생산성 향상 등으로 수출상품의 고부가가치화에 힘써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 논설ㆍ전문위원 경영과학博 ahs@hankyu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