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ㆍ달러 환율이 '마지노선'으로 여겨지던 1천1백70원선 밑으로 떨어지면서 환율이 다시 주목을 끌고 있다. 엔화가치 강세와 미국의 원화 절상 요구, 외국인 주식순매수 등 산적한 환율 하락 압력을 어느 선에서 막아내느냐가 관심의 초점이다. 아직까진 외환당국의 시장개입(달러 매수)으로 환율이 급락하긴 어렵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그러나 당국의 환율 방어 능력도 이미 한계에 도달, 상황에 따라선 환율 저지선이 크게 밀릴 수 있다는 분석도 조심스레 제기되고 있다. ◆ 조여오는 환율 하락 압력 지난 20일 아랍에미리트 두바이에서 열린 G-7(선진 7개국) 재무장관 및 중앙은행 총재 회의에서 일본 당국의 외환시장 개입이 도마 위에 올랐다. 공동선언문에는 '경제여건에 기초한 환율이 바람직하다'는 내용이 들어 있다. 일본도 합의한 선언문인 만큼 일본당국의 시장개입 포기와 이로 인한 엔화가치의 추가 상승(환율 하락) 가능성을 암시하는 대목이다. 엔화가치 강세 여파로 지난 주말 원ㆍ달러 환율은 14개월 만의 최저인 1천1백68원으로 주저앉았다. 외국인 주식 순매수 자금이 지난 5월 이후 9조원 이상 유입돼 외환시장에 달러가 쏟아졌고 중국 위안화가 결국엔 절상될 것이란 불안감도 환율 하락 요인이다. ◆ 환율방어 한계에 도달했나 '1천1백70원'이란 상징적 방어선이 무너지면서 외환당국의 개입 여력에 의구심이 커지고 있다. 한 외국계은행 딜러는 "외환당국이 최근 한전 등 공기업에 달러 매도를 자제해 달라는 공문을 보냈다는 소문이 있다"며 "이는 당국의 달러 매수 여력이 바닥을 드러낸 신호로 해석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한은 고위 관계자는 "환율 하락을 막기 위한 달러 매수 개입은 원칙적으로 재원에 한계가 없다"면서도 "시장흐름을 억지로 바꿀 경우 나중에 더 큰 폭락을 불러올 수 있어 환율을 무리하게 특정수준에 묶어두진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 환율 저지선 밀릴 수도 국제금융시장에선 원화환율의 방향을 좌우할 엔화가 당분간 강세 기조를 보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두바이 G7회담 직후 골드만삭스의 짐 오닐 수석 글로벌 이코노미스트는 "공동성명은 엔화를 절상하라는 분명한 메시지를 보여준다"며 "그동안 달러당 1백15∼1백20엔대던 엔화환율이 앞으로 1백5∼1백15엔대 박스권에서 움직일 것"으로 내다봤다. 구길모 외환은행 외환팀 차장은 "국내 많은 기업들이 파생상품 등을 통한 헤지(위험 회피) 형태를 갖춰놓고 있어 엔화 움직임이 원화환율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말했다. 안재석 기자 yag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