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하늘에 흰 뭉게구름이 더없이 반갑다. 이렇듯 한국의 가을 하늘은 눈이 시릴 만큼 쪽빛이어야 제맛이다. 비 없는 주말이 무려 10주 만이란다. 수도권 산과 들은 모처럼 인산인해를 이뤘다. 태풍 '매미'가 할퀴고 간 남해안 지방은 피해복구작업에 박차를 가할 수 있게 됐다. 예상과 달리 올 3분기(7∼9월)에도 경기침체가 여전한 것도 따지고 보면 잦은 비 탓이다. 공사장에선 공치는 날이 많았고 주말 여행지나 골프장도 위축될 수밖에 없었으니까. 눈부신 날씨와 달리 현실은 여전히 고단했다. 태풍 피해가 5조원을 훌쩍 넘겼고 소비자 체감경기는 외환위기 이후 최악이다. 평행선을 달리는 이라크 파병과 각종 국책사업 논란, 농민과 경찰의 충돌 등 씁쓸한 뉴스들로 한 주 내내 안주를 삼아야 했다. 9월을 정리하는 이번 주에도 그다지 즐거운 뉴스는 별로 없다. 잘 안되는 기업일수록 회의가 잦듯이 연일 굵직한 회의로 경제장관들만 바쁘게 생겼다. 월요일(22일)에는 대통령 주재 제2차 경제민생점검회의가 있다. 지난 7월 첫 회의(하반기 경제운용계획 수립) 뒤 두 달 만에 또 열어야 할 만큼 경제와 민생 걱정이 태산이다. 노무현 대통령은 어렵더라도 정부가 경기부양에 나서는 일은 결코 없을 것이라고 밝힌터다. 올해 2%대, 내년 4%대의 저성장이 예상되지만 경기진작보다는 청년실업과 물가대책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사실 투자와 소비를 끌어올릴 대책도 이젠 변변치 않다. 같은 날 열리는 국민경제자문회의 거시경제회의에서 원로들의 의견을 구해봐야겠다. 아울러 고건 총리는 24일 국정현안 정책조정회의를 비공개로 주재하고 제1차 여성정책조정회의도 갖는다. 25일엔 청와대에서 국정과제회의가 열리고 26일 무역진흥확대회의에선 수출ㆍ통상문제를 점검한다. 이와 함께 16대 국회의 마지막이자 노무현 정부 첫 국정감사가 22일부터 3주간 막을 올린다. 여당의 핵분열로 민주당까지 야당의 거센 공세 대열에 합류할 전망이다. '정치적 여당'을 자임하는 신당이 40여석으로 막아내기엔 턱없이 부족해 보인다. 내년 1백17조5천억원의 예산안이 국무회의(23일)에서 확정된다. 국회에선 국방예산 확충에 반대의견이 많고 내년 총선과 태풍을 감안해야 해 국회 통과까지 정부의 균형재정 의지가 관철될지는 미지수다. 현투증권 매각협상, 생보 상장안, 한국증권선물거래소법 입법예고 등 금융관련 현안도 이번 주 주목거리다. 하늘은 높아지고 말이 살찐다는 가을 날씨만큼이나 화사한 소식을 고대해본다. < 경제부 차장 ohk@hankyu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