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금보험공사가 삼성자동차와 현대건설의 부실책임자 조사에 나서기로 해 적지 않은 논란이 예상된다. 예보측은 "이미 조사를 벌였던 다른 부실기업들과의 형평성 문제가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조사 방침을 결정한 까닭을 설명하고 있다. 그러나 이같은 예보 설명에 대해 "논리가 군색하다"는 지적이 만만치 않다. 삼성자동차의 경우 당초부터 부실기업 차원에서 정리되었다기보다 빅딜차원에서 정리되었고 이건희 회장의 사재까지 제공되었던 만큼 부실책임은 이미 충분히 졌다는 것이 삼성측의 설명이다. 현재 채무를 상환중인 현대건설에 대해 부실조사를 실시키로 한 데 대해서도 실효성 논란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 왜 조사하나 이인원 예보 사장은 "다른 회사들은 조사하면서 삼성과 현대를 조사하지 않는 것은 형평성 면에서 문제가 될 소지가 있다"고 말했다. 예보는 그동안 부실 경영으로 인해 금융회사들에 5백억원 이상의 손실을 끼친 대우 고합 진로 해태 등 40여개 기업의 대주주와 임원들을 상대로 조사를 벌여온 만큼 삼성 현대만을 '열외'로 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삼성에 대해서는 그동안 손실이 확정되지 않았다는 점을 이유로 조사를 미뤄 왔다. 현대건설과 하이닉스 고려산업개발 등도 마찬가지다. 현대그룹이 해체되면서 이들 회사가 실질적인 은행관리(또는 법정관리) 상태에 있고 하이닉스는 부채 탕감 규모가 사실상 확정 손실로 잡힌 만큼 책임자 조사가 불가피하다는 것. 그러나 일각에서는 예보가 삼성·현대의 옛 계열사들에 대해 뒤늦게 부실책임 조사에 나서기로 한 것은 국회 국정감사 일정과 무관하지 않다는 시각도 있다. 내달 국정감사에서 '삼성·현대 특별 대우 시비'가 일 것에 대비한 '면피용'이 아니겠느냐는 해석이다. ◆ 조사 실효성 논란 뒤따를 듯 그러나 예보의 이같은 방침은 조사 실효는 거두지 못한 채 논란만을 일으킬 것이란 지적이 적지 않다. 삼성그룹측은 지난 99년 채권단에 삼성자동차의 손실에 대해 2조8천억원의 도의적 책임을 지기로 하고, 현금 대신 이건희 회장이 보유한 삼성생명 주식 3백50만주를 주당 70만원으로 계산해 채권회사들에 나눠줬다. 더구나 삼성측은 "주당 70만원으로 계산해 주식으로 채권단의 손해를 메워 준다는 데 합의가 이뤄졌고, 주식 배분까지 마친 만큼 뒤늦게 손해배상 책임을 따지겠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까지 반발하고 있다. 삼성측은 특히 "삼성자동차는 처음부터 부실기업으로 정리된 기업이 아니다"며 부실책임조사 자체가 부당하다고 반발하고 있다. 또 삼성자동차의 자본부족에 대해서는 삼성생명 주식까지 출연해 법적책임을 넘어 도의적 책임까지 졌던 것이라며 예보측의 부실기업 조사를 일축했다. 삼성계열사들에 대한 조사는 더구나 이유없다는 것이 삼성측의 주장이다. 계열사들이 삼성자동차로부터 부당한 이익을 보기는 커녕 적지않은 자본을 출연했다는 점도 삼성측이 반발하는 이유다. 이와 함께 삼성자동차 조사는 지난 2000년 이 회사를 인수한 르노측의 협조 없이는 불가능하다는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부실책임을 조사하기 위해서는 과거 삼성차의 장부와 기록 등을 모두 뒤져야 하는데, 르노가 거부할 경우 딱히 조사할 만한 명분이 없다는 것이다. 때문에 예보는 과거 삼성차와 삼성계열사들이 공시한 정도만 가지고 분식회계 여부 등을 파악해야 하는데, 이것만 가지고 부실책임을 제대로 밝혀낼지는 의문이다. 일각에서는 삼성차 임직원 외에 대주주에게도 부실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주장이 있지만, 이 회장을 비롯해 삼성계열사들이 주주로서 주권을 포기하고 채권단의 손실을 보전해 주는 등 노력을 다한 마당에 이들에게 책임을 묻는 것은 적법성에 문제가 있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현대건설은 현재 영업을 하면서 이자를 계속 갚고 있는 상황에서 조사하는 것이 적법한지에 대한 논란이 예상되며, 하이닉스는 현재 매각이 추진되고 있어 조사가 바람직하냐는 시각도 있다. 삼성상용차는 자체적으로 청산을 결정한 것이 아니라 채권단이 퇴출을 결정했기 때문에 조사 요건이 성립되지 않는다는 지적도 있다. 김용준 기자 juny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