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부ㆍ공정위 정면충돌 ‥ 출자제한 "완화해야"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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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01년 출자총액 제한제도 완화 문제로 힘겨루기를 했던 재정경제부와 공정거래위원회가 이번에는 연구기관을 앞세워 대리전을 벌이고 있다.
재경부가 지난 18일 '출자총액 제한제도를 사실상 폐지해야 한다'는 내용의 서울대 기업경쟁력연구센터 연구용역 결과를 발표하자 공정위는 21일 '출자비율 규제가 없으면 지배주주가 계열사간 출자를 늘릴 것'이라는 비판적인 내용을 담은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용역 보고서로 맞불을 놓았다.
두 보고서는 '대주주의 지분율과 의결권 행사'라는 동일한 연구 소재를 다루면서도 상반된 의견을 담았다는 점에서 비상한 관심을 끌고 있다.
◆ 출자규제 유지 불가피한가
공정위가 이날 공개한 KDI 보고서는 앞으로 수년동안 출자총액 규제를 유지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출자총액 규제가 폐지되면 대주주는 계열사 돈으로 출자를 늘려 지배권을 확보할 것이라는 이유다.
그 결과 대주주의 소유권과 지배권간 괴리가 커질 것이라는 주장이다.
재경부가 용역을 의뢰한 서울대 보고서는 '대주주의 실질소유권 이상의 의결권 행사'에 대해서는 출자총액 제한제도의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동의하고 있다.
그러나 △기업의 전문화 및 핵심역량 강화 △가공자본 형성을 통한 부채비율의 인위적 축소 △계열사간 동반 부실 문제 등에서는 출자총액 규제가 실효성이 없기 때문에 출자총액 제한제도를 폐지하거나 대폭 완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경영행태 놓고도 논쟁
KDI 보고서는 "상장사의 사외이사와 증권사 애널리스트 등을 상대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응답자의 95%가 임원 임용이 총수나 구조조정본부에 의해 이뤄지고 있다고 답했다"고 밝혔다.
이사회가 특수관계인간 거래에 대해 제대로 논의하지 못하는 등 대주주의 '전횡'이 심각하다는 비판이다.
KDI는 지배주주의 경영활동을 통제하기 위해 △집중투표제 도입 확대 △이사 후보 추천과정의 투명성 제고 △사외이사 독립성 기준 강화 등을 권고했다.
반면 서울대 연구센터는 출자총액으로 일률 규제하기보다는 결합(연결)재무제표와 채무보증제한제도 등을 활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KDI가 대주주의 의결권 행사에 주목한 반면 서울대 연구센터는 출자총액 제한제도의 부작용을 다뤘다는 점에서도 두 보고서는 목적에서부터 차이가 난다.
◆ 출자 제한 대립 계속 될듯
출자총액 규제에 대한 재경부와 공정위간 싸움은 앞으로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지난 19일 열린 시장개혁 태스크포스 회의에서도 공정위는 출자총액 규제의 필요성을 주장한 반면 재경부는 시장 투명성 정착을 전제로 출자총액 제한을 폐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청와대는 재경부와 공정위 논의결과를 토대로 시장개혁 3개년 계획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현승윤ㆍ김동윤 기자 hyuns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