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독 철학자 송두율(宋斗律.59.뮌스터대) 교수가 37년만에 꿈에 그리던 고국 땅을 밟았다. 송 교수는 22일 오전 11시 20분 베를린발 루프트한자 LH712편으로 부인 정정희(鄭貞姬.61)씨, 큰아들 준(儁.28.막스플랑크 연구소 연구원)씨, 작은 아들 린(麟.27.소아과 전문의)씨 등 일가족과 함께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했다. 송 교수의 귀국 길에는 당초 예정됐던 독일 변호사 대신 민주화추진 변호사협회소속 김형태 변호사와 송교수의 친구이자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일에 참여하고 있는박호성 서강대 교수, 지난 2000년에 벌어졌던 송교수 귀국 좌절과정을 그린 다큐멘터리 영화 `경계도시'를 올해 베를린영화제에 출품했던 강석필 감독이 동행했다. 이날 공항에는 `해외민주인사 한마당' 행사 주최측인 민주화운동기념협의회 소속 회원 300여명이 나와 송 교수 일행의 귀국을 환영했다. 국정원 관계자는 공항에 도착한 송 교수에게 "체포영장을 집행하러 나왔지만 변호사를 통해 자진출두하기로 한 만큼 이 자리에서는 집행을 유보하겠다"며 "빠른 시간내 조사에 협조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송 교수는 공항 비즈니스 센터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1967년 7월15일 출국해서 37년만인 오늘에야 조국땅을 밟게 돼 감개가 무량하다"고 감회를 밝혔다. 송 교수는 귀국을 결심한 계기에 대해 "우리사회는 우여곡절을 많이 겪었지만경제발전과 민주화를 동시에 이룬 몇 안되는 나라중 하나"라며 "결국은 좁아지는 세계화, 지구화 시대를 우리 한반도가 앞으로 어떻게 나갈까를 내자신이 구체적으로체험하고 구상하며, 상념들을 다듬는 중요한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그는 향후 일정과 관련, "주최측에서 알아서 하니깐 잘 모르지만 오늘 중에라도내게 끊임없이 용기를 주셨던 아버님과 조부 선영을 찾고 싶다. 이제야 뵙는게 애통하지만 아버님이 지하에서라도 용서해주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부인 정씨도 "너무나 기쁘고 감격스럽다는 말 밖에 할 수 없다"며 "짧지만 보다많은 경험을 하고 싶고 의미있는 시간을 보내고 싶다. 뜨거운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태어나서 처음 한국 땅을 밟는다는 부친의 소개를 받은 큰아들 준씨는 "귀국을도와주신 아버님 친구들에게 감사드린다"며 "기쁘고 친지 등 많은 분들을 만나보고싶다"며 웃었다. 작은 아들 린씨도 "아버지가 40년만에 조국을 찾았고, 나도 형과 처음 한국 땅을 밟게 됐다"며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송 교수는 오후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와 오찬을 함께 하며 동생 등 가족.친지를만나 혈육의 정을 나눈 뒤 도봉구 수유리 아카데미하우스에서 열리는 해외민주인사한마당 행사 환영식에 참석하는 것을 시작으로 오는 27일까지 주최측의 공식일정을소화하게 된다. 송 교수는 23∼24일 서대문 독립공원, 안기부 옛터 방문, 28∼29일 전남대 강연참석 등이 예정돼 있으며 30일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주관 심포지엄에서는 `한국민주화운동의 과제'를 주제로 기조발제를 하고 내달 1일께 고향인 제주도를 방문할 계획이다. (영종도=연합뉴스) 장영은 정성호 기자 young@yna.co.kr sisyph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