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외 선사 가운데 절반 이상이 화물연대 파업과 태풍 등으로 항만 기능이 중단되고 하역작업이 자주 차질을 빚는 부산항을 떠날 것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또 부산항의 환적화물이 급속히 감소세로 돌아서면서 정부의 '동북아 물류중심' 전략이 뿌리째 흔들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 부산항 이탈 검토하는 선사들 =22일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 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부산항에 기항하고 있는 국적 및 외국선사 27곳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전체의 53%인 14개사가 부산항에서 떠날 가능성이 있다고 응답했다. 이들 가운데 8개사는 '기항지를 옮길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으며 6개사는 '가능성이 어느 정도 있다'고 답했다. 반면 12개사는 '가능성이 없다', 나머지 한곳은 '모르겠다'고 응답했다. 이번 설문조사는 현대상선 등 10개 국적 선사와 에버그린 완하이 MSC 등 외국선사 17개사를 대상으로 이뤄졌다. ◆ 비상 걸린 부산항 =부산항의 환적화물은 지난 8월 33만1천8백76TEU(1TEU는 20피트 컨테이너 1개)로 집계돼 7월보다 3.82%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 5월부터 4개월 연속 전달보다 줄었다. 이같은 감소세는 일시적이 아니라 추세가 될 가능성이 크다는데 문제가 있다. 이는 중국 항만의 급속한 부상과 정부의 안이한 대응으로 부산항의 경쟁력이 약화되면서 배들이 중국으로 떠나고 있기 때문이다. 부산항의 환적화물은 2000년 이후 연평년 11.9% 급증해 왔다. 중국이 동북 3성의 수출입화물을 자기 항만에서 소화하지 못해 부산항으로 몰렸기 때문이다. 이제 이런 '중국 특수'가 사라지고 있는 것이다. 반면 경쟁 상대인 상하이항은 꾸준히 부산항의 환적화물 수요를 흡수, 올 상반기 물동량이 35.1%나 급증했다. 톈진 칭다오 다롄 등 북중국 항만의 물동량도 빠르게 늘고 있는 추세다. 이에 따라 모두 15조6천억원을 투입해 2011년 3천만TEU 유치를 목표로 추진해온 부산항과 광양항 개발계획은 물거품으로 돌아갈 가능성이 크다. ◆ 환적화물 감소 원인 =상하이항은 야심차게 개발 중인 양산 신항 5개선석이 내년에 완공되는 것을 시작으로 향후 20년간 52개 선석을 건설, 3천만TEU를 처리할 수 있는 세계 최대 규모의 컨테이너항으로 발돋움할 계획이다. 상하이 양산항이 완공되면 부산항의 물동량이 최대 28% 줄어들 것으로 분석됐다. 또 칭다오항은 오는 2010년까지 컨테이너 처리능력을 현재의 2배가 넘는 7백40만TEU로, 톈진과 다롄항도 각각 2010년과 2005년까지 컨테이너 처리능력을 7백만TEU와 2백30만TEU로 확장할 계획이다. 부산항 자체의 경쟁력도 문제다. 컨설팅업체 아더 디 리틀에 따르면 부산항과 광양항의 물류관련 임금 수준은 상하이항 대비 4∼10배에 이르고 항만이용료도 15% 가량 비싸다. 노사관계의 안정성도 상하이의 5분의 1 수준으로 매우 낮은 것으로 평가됐다. 부산항이 2류항으로 추락할 경우 큰 배가 부산항에 들어오지 않아 국내 제조업체들은 미주나 유럽 수출물량을 상하이항으로 보내 실어내야 하는 경우가 발생한다. 이럴 경우 물류비용이 크게 높아져 국가 경쟁력 하락은 불가피하며 환적화물 처리에 따른 약 4조원 규모의 부가가치가 사라지게 된다. 부산=김태현ㆍ김현석 기자 hyun1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