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화 환율이 급락하면서 국내 기업에 비상이 걸렸다. 수출 기업의 85%는 환율이 손익분기점 밑으로 떨어지면서 적자수출을 해야 할 처지. 경기침체로 내수부진에 시달리는 기업들은 환율 급락의 직격탄을 맞아 사실상 올해 장사를 포기해야 할 상황이다. 22일 무역협회에 따르면 주요 수출기업의 85%는 손익분기점 환율이 1천1백50원 이상인 것으로 조사됐다. 22일 환율이 전일대비 16원80전 급락, 달러당 1천1백51원20전으로 마감되면서 수출기업이 적정마진을 챙길 수 있는 환율(1천2백99원ㆍ무역협회 조사)과는 무려 1백48원이나 격차가 벌어졌다. 삼성전자의 경우 환율이 10원 떨어질 때마다 연간 1백30억원의 이익 감소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현대자동차도 환율이 10원 하락할 경우 연간 3백억원 가량의 순익이 감소하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LG전자도 환헤징을 통해 환율하락에 따른 환차손을 최대한 줄인다는 방침이지만 가격 경쟁력 약화로 수출에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고 있다. 대부분 중소업체들은 수출을 할수록 적자가 커지고 있지만 내수경기 침체로 마땅한 판로를 찾을 수 없어 울며 겨자먹기 식으로 밀어내기를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수출대금을 달러로 미리 받은 업체들도 달러화 보유에 따른 평가손에 시달리고 있다. 현대중공업은 달러로 받은 선수금(先收金)이 지난 6월말 현재 2억6천만달러나 되지만 일시에 원화로 바꿀 경우 환율하락을 부채질할 수 있어 난감해 하고 있다. 수입원자재 비중이 높은 철강과 달러화 부채가 많은 항공업계 등은 환율하락에 따른 반사이익을 기대하고 있지만 급격한 환율변동에 당황하고 있다. 김병일ㆍ이심기 기자 kb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