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ㆍ달러 환율 급락세는 22일 한국 증시를 초토화시켰다. 이날 종합주가지수는 33.36포인트(4.45%) 수직 하락했다. 연중 최대 낙폭이다. 삼성전자를 비롯해 현대자동차 LG전자 삼성SDI 등 수출 관련 블루칩이 급락했다. 8백27개 상장 종목 가운데 7백8개가 하락했다. 코스닥지수도 이날 4.84% 급락했다. 이처럼 증시가 '환율테러'를 당한 것은 원화강세로 인해 수출기업의 채산성이 악화될 것이란 우려 때문이다. 송상종 피데스투자자문 사장은 "내수경기가 침체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원화강세로 수출경기마저 위축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로 투자심리가 급랭했다"고 말했다. 게다가 외국인마저 '팔자'로 돌아서자 한국증시는 크게 떨어졌다. ◆ 외국인 '팔자'로 돌아서나 외국인은 이날 거래소에서 6백19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삼성전자 주식을 1천1백50억원어치 순매도한 반면 한국전력 KT SK텔레콤 등은 사들였다. 전문가들은 이날 외국인은 환율 급변동에 민감한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고 지적한다. 서정광 LG투자증권 연구원은 "절대매도 금액을 보면 외국인은 사실상 관망세를 보인 셈"이라고 말했다. 이날 외국인 절대 매도금액 4천7백억원은 9월중 외국인의 일평균 절대매도 금액(4천3백억원)을 소폭 웃돈다는게 이같은 주장의 배경이다. 함춘승 씨티글로벌마켓증권 부사장은 "통상 원화강세는 외국인 주식 순매수를 유발하는 요인으로 작용해 왔다"면서 "원화강세로 인한 외국인 주식매도세가 강화될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강조했다. 함 부사장은 "지난주부터 간헐적으로 나오고 있는 외국인 매도세는 지난 4∼5개월동안 가파르게 오른 삼성전자 등 일부 기술주에 대한 차익실현 매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모건스탠리 관계자는 "9월11∼17일동안 한국관련 펀드에 다시 자금이 유입되는 등 펀드 자금흐름 측면에서도 외국인이 대량 매물을 던질 가능성은 낮다"고 말했다. ◆ 취약한 증시 수급 전문가들은 이날 급락세는 심리적인 영향이 컸다고 분석했다. 외국인, 기관투자가 등의 대량 매물이 나오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현대자동차 LG전자 등 수출관련주가 폭락했다는 점에서다. 홍성국 대우증권 투자분석부장은 "환율은 22일 증시에 급락의 빌미를 제공했을 뿐이며 이날 장세의 본질은 취약한 국내 수급"이라고 지적했다. 주가가 본격 상승세를 탄 지난 4월 이후 9월초까지 실질 고객예탁금은 6조원 가량 줄었다. 투신사 주식형펀드(주식혼합형펀드 포함)도 3조3천억원 가량 감소하는 등 국내자금이 5개월동안 9조원이상 증시를 이탈했다. 이처럼 국내수급이 무너진 상황에서 최근 들어 외국인의 매기가 흔들리자 주가급락세가 초래됐다는 것. 피데스투자 송 사장은 "5개월 연속 상승에 따른 가격부담이 있는데다 대형 악재가 나타나고 수급마저 무너지자 투자심리가 일시적으로 '패닉'에 빠졌다"고 지적했다. 증권업계는 단기급락에 따른 주가반등이 나타날 수 있지만 환율안정, 외국인 순매수 전환, 국내수급 안정 등이 나타날 때까지 조정장세가 이어질 것으로 점치고 있다. 장진모 기자 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