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발전을 위해서라면 행정지도도 바꾼다.' 중국 31개 성 중에서 경제 규모(GDP 기준)가 가장 큰 광둥성의 3대 경제도시인 포산 광저우 선전이 행정구역 개편에 나섰다. 광둥성은 올해 초 포산시 주변 4개 소도시를 각각 포산시 1개 구로 전환시켰다. "항만시설 등 중복된 인프라를 정리하고 효율적인 투자환경을 제공하기 위해 통합했다"(천징홍 포산시 외상투자촉진과장)는 설명이다. 이에 앞서 광둥성의 성도 광저우시는 인근 판위시를 지난해 구로 편입시켰다. 덕분에 광둥성이 화학 철강 등 중공업 육성을 위해 시작한 판위구 내 7백70㎢ 크기의 난사단지 개발이 탄력을 받게 됐다. 중국에서 가장 잘 사는(1인당 GDP 기준) 도시인 선전시에서는 경제동력을 확산시키기 위해 베이징이나 상하이 처럼 직할시로 격상돼야 한다는 주장이 확산되고 있다. 선전시와 주변 둥관시 및 훼이저우시 일부를 통합해야 한다는 안도 나오고 있다. 선전시 고위관계자는 "시 확대를 위해 공식적으로 중앙 정부에 의견을 낸 적은 없다"면서도 "경제발전을 위한 공간이 더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광둥성이 지난해 1백65억달러의 외자(한국의 8배)를 유치한 데는 이처럼 경쟁력을 높이려는 공무원들의 과감하면서도 유연한 사고가 바탕이 되고 있다. 광둥성이 세계 5백대 기업 중 4백4개사를 유치하는 등 9만여개 외자기업의 터전이 된 비결인 셈이다. "국제도시가 목표다.외자비중은 중요하지 않다"(선전시 왕샤오춘 대외경무국 부국장)는 말에서도 공무원들의 유연성을 읽을 수 있다. 선전시의 경우 경제의 50%를 외자기업이 떠받치고 있고,IT부품 업체가 몰려있는 둥관시는 기업의 80%가 외자기업이다. 다국적 기업과 경쟁하면서 화웨이 등 광둥성 토종기업들도 다국적화 되어가고 있다. 정부의 신속한 의사 결정도 광둥성 경제발전의 또 다른 비결이다. 지난 2월 광둥성 초청 외자기업 회의에서 '퇴직금이 부담된다'는 건의가 나온 후 3개월 뒤 성내 외자기업에 공문이 날아들었다. '1986년 이후 입사자에 대해서는 퇴직금을 안줘도 된다'는 내용이었다. 포스코순더공장의 이관도 총경리는 "당장 근로자에게 피해를 주더라도 전체 파이를 키우는 게 결국 인민을 위한다고 생각하는 게 중국 공무원"이라며 "거상을 보는 것 같다"고 말했다. 선전시의 왕 부국장은 "국가와 기업의 이익을 동시에 추구하는 게 중국의 정책"이라고 설명했다. 광둥성 경제는 내년 초부터 발효되는 홍콩과 중국간 CEPA(긴밀한 경제무역관계협정)와 국무원이 최근 승인한 홍콩~주하이~마카오 대교 건설이라는 양 날개를 달게 된다. 주장삼각주로 대변되던 광둥성 경제권이 홍콩과 마카오를 아우르는 대(大)주장삼각주 경제권으로 확대되면 중국 경제의 중심으로 발돋움하게 되는 것이다. 광둥성=오광진 특파원 kj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