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재건 문제가 핵심의제로 다뤄질 제58차 유엔총회에서 회원국들이 미국에 냉담한 눈길을 보내고 있다. 총회 개막을 하루 앞둔 22일 유엔 주관으로 열린 '대테러회의'에서 20여개국 정상들은 미국의 '일방주의'를 일제히 비난했다. 코피 아난 유엔 사무총장은 개막연설을 통해 "테러행위는 절대 용납할 수 없는 범죄"라고 전제하면서도 "군사력만이 테러를 격퇴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이는 자신을 기만하는 처사"라며 테러를 군사력에 의존해 해결하려는 미국측에 직격탄을 날렸다. 회의 의장격인 엘 마그네 본데빅 노르웨이 총리도 "테러와의 싸움은 군사력 사용이나 재정동결 이상이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자크 시라크 프랑스대통령,페르베즈 무샤라프 파키스탄 대통령 등도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을 하루 앞둔 상태에서 미국측을 겨냥한 비난성 발언을 했다. 이는 내달 3일까지 열리는 유엔총회에서 이라크의 재건문제를 놓고 미국과 여타 국가들간 마찰이 예상보다 심각할 것임을 예고하는 것이다. 유엔 내의 분위기가 험악해지면서 미 국무부의 '유엔 구애작전'도 강화되고 있다. 콜린 파월 국무장관은 이날 유엔 회원국 외무장관들과 연쇄회동을 갖고 '반미정서 누그러뜨리기'에 나섰다. 신동열 기자 shin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