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업용건물 先시공ㆍ後분양] 땅도 없이 사기분양 '원천차단'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정부가 상가 오피스텔 등 분양 목적의 상업용 건물에 대해 사실상 후분양제를 도입키로 한 것은 땅조차 확보하지 않고 상가를 분양하는 이른바 허위ㆍ사기분양으로 인한 소비자들의 피해가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 법이 시행되면 상가 등에 투자하는 선의의 분양계약자를 보호하는 데는 크게 기여할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상가 등의 경우 사실상 선분양 대금으로 사업이 진행돼 왔다는 점에서 공급 위축과 시장혼란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 왜 도입하나
국토연구원이 전국 51개 대형 건물의 분양광고 내용을 분석한 결과 사업계획이 확정되지 않은 채 건축심의 전후 단계에서 분양이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특히 소비자들이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유일한 창구인 광고 내용으로는 대지소유권을 확보했는지 전혀 알 수 없었을 뿐 아니라 건축허가를 받은 것으로 추정되는 경우도 28%에 불과했다.
국토연구원 관계자는 "조사 대상중 45%만이 분양 규모를 확인할 수 있었고 나머지는 분양 규모나 건축물 용도조차 확인이 불가능했다"고 말했다.
최근 소비자들에게 막대한 피해를 입힌 굿모닝시티 사건의 경우도 토지를 매입하지 않고 건축심의만 받은 뒤 분양했다가 토지소유자가 땅을 팔지 않거나 사용동의를 하지 않아 건축허가를 받지 못한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더욱이 사업자들의 분양대금 유용이나 재정능력 부족,도덕적 해이, 이해관계 상충에 따른 공사중단 등으로 발생하는 피해가 모두 소비자에게 전가되는 실정인데도 이를 방지할 수 있는 장치가 전혀 없는 상황이다.
◆ 시장에 미치는 파장
하지만 상가나 오피스텔, 주상복합, 대형 판매점 등이 분양규제를 받을 경우 공급이 크게 줄어드는 등 시장 위축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골조공사를 마친 뒤에나 분양대금이 들어오므로 종전보다 훨씬 많은 초기자금이 필요한 데다 착공 후 분양하기 위해 분양보증에 가입하더라도 아파트보다 상대적으로 리스크가 커 보증 수수료 부담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정부가 오히려 음성자금의 도피처를 제공하는 빌미를 제공할 수도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사업 시행자들의 초기 사업자금 부족을 이용해 일부 검은돈이나 외국자본 등이 유입돼 비싼 이자와 막대한 이익을 챙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상가 등의 경우 주택과 달리 시장구조가 워낙 복잡한 만큼 정부가 풀어야 할 난제가 수두룩하다"며 "빈대(허위분양) 잡으려다 초가삼간(시장) 태우는 우를 범하지 않도록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법률 제정을 위한 의견수렴이나 법안심의 과정에서도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선의의 소비자를 보호해야 한다는 입장과 정부가 사적(私的)계약을 어디까지 보호해줘야 하느냐는 시각이 엇갈리고 있기 때문이다.
강황식 기자 his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