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여록] 썬社의 IT투자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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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정보기술)투자는 생산성을 높이기 위한 연구개발이다."(스콧 맥닐리 썬마이크로시스템즈 회장)
"아니다. 기업은 그동안 IT투자를 많이 했지만 시스템의 15%밖에 사용하고 있지 않다."(니콜라스 카 IT컨설턴트)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최근 열린 '썬 네트워크 컨퍼런스 2003'에선 맥닐리 회장과 니콜라스 카씨가 'IT의 중요성'이라는 주제로 치열한 논쟁을 벌였다.
썬에 반기를 든 니콜라스 카는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 5월호에 'IT는 중요하지 않다'는 기고문을 써 화제가 됐던 인물이다.
맥닐리 회장은 그의 주장에 대해 기업의 비용절감과 생산성 향상에 IT가 기여할 수 있는 부분이 많다며 끊임없는 연구개발을 강조했다.
IT시스템은 상품이 아니며 IT투자를 비용으로 계산해선 안된다는 주장이었다.
썬마이크로시스템즈는 올해 연구개발비로 20억달러를 책정해 놓았다.
지난해 매출액(1백25억달러)을 감안하면 엄청난 액수이다.
이 회사가 이번 컨퍼런스에서 야심작으로 발표한 기업용 소프트웨어인 '자바 엔터프라이즈시스템'과 '데스크톱 솔루션'도 연구개발투자의 성과다.
썬이 이처럼 연구개발에 몰두하고 있는 것은 IBM HP 등경쟁사에 비해 열세에 놓인 것을 만회하기 위한 방편으로 소프트웨어 개발에 승부수를 던질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분명한 사실은 썬이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한 처방으로 고단위의 연구개발투자를 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렇다면 한국기업은 어떤가.
"경기도 좋지 않고 정부정책도 불투명하니 조용하게 숨을 죽이고 있을 수밖에 없다"는 푸념이 곳곳에서 흘러나오고 있다.
'밀짚모자는 겨울에 사라'는 격언이 무색해진지 오래다.
연구개발을 게을리 한 기업은 불황기엔 그럭저럭 살아남을 지 몰라도 경기회복기엔 치열한 시장경쟁에서 뒤처질 수밖에 없다.
요즘 우리 주변에서 이같은 교훈에 귀 기울이며 연구개발에 힘쓰는 기업인은 찾아보기 힘들다.
IT투자의 적정성 여부를 놓고 뜨거운 토론을 벌이는 미국이 마냥 부럽게만 느껴졌다.
샌프란시스코=최명수 산업부 IT팀 기자 ma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