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부산에서 개막된 '명장 열전'인 제38회 전국기능경기대회에 각 분야에서 수십년의 노하우를 쌓은 노(老) 기능공들이 대거 출전해 화제가 되고 있다. 단연 주목받고 있는 이는 충남 대표선수로 출전한 93세의 이원삼옹. 이옹은 이번 대회에 출전한 1천8백5명의 선수들 중 최고령 선수로 최연소인 16세 선수들과는 무려 77세의 나이차를 보이고 있다. 이옹은 52개 경쟁직종중 시계수리 부문에 출전해 서울과 부산 등지에서 출전한 21명의 쟁쟁한 손자뻘 선수들과 기량을 겨룰 예정이다. 함경남도 단천에서 태어난 그는 시계수리의 일인자가 되겠다는 일념으로 젊은 시절 시계수리를 잘한다는 사람을 찾아 중국 만주와 청진 서울 부산 등에서 시계수리를 배웠다. 이후 어깨너머로 배운 기술로 고장난 시계와 함께 보낸 시간이 75년. 이옹은 '젊은 시계수리 기능인들에게 자부심을 갖게 해주라'는 후배들의 성화에 못이겨 지방대회에 나갔다가 생각지도 못한 메달을 따는 바람에 전국대회에 나오게 됐다고 했다. 이옹은 25일부터 3일간 부산기계공고에서 경기를 펼친다. 충남 선수단 관계자는 "나이는 많지만 꼭 상위에 입상해 내년 핀란드 국제기능올림픽에 출전하겠다고 벼르고 있을 정도로 의욕만큼은 젊은 선수들 못지 않다"고 말했다. 이옹 다음으로는 한복경쟁부문에 출전한 고점례씨(65·여·광주대표)가 40여년 한복 노하우로 명장에 도전한다. 또 기계자수 오양숙(61·여·대전대표),양복 전홍근(60·부산),시계수리 이변수씨(60·경기)도 노 기능공의 매서운 맛을 보여줄 예정이다. 대회를 주관하는 부산시 기능경기위원회 관계자는 "지난해 대회땐 50세 이상의 고령 선수가 8명에 불과했지만 이번 대회엔 18명이나 출전했으며 이중 60세가 넘는 노기능공만 해도 5명"이라며 "젊은 선수들의 속성으로 만들어진 기술과 수십년 경험에서 빚어지는 노 기능공들의 기술 대결이 볼만할 것"이라고 말했다. 부산=김태현 기자 hyun@hankyung.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