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 정부간 치열한 공방전 외환딜러와 외환당국 간에는 적정 환율 수준을 놓고 하루 종일 치열한 심리전이 벌어졌다. 재정경제부 한국은행 등 외환당국은 여전히 강력한 개입 의사를 분명히 했지만 딜러들은 '좀 더 지켜보자'는 관망세가 짙었다. 이런 와중에 서울 외환시장에서는 1천1백50원선이 새로운 '마지노선'으로 급부상했고 장중 내내 지지력을 테스트하는 공방전이 지속됐다. 국제통화기금(IMF) 세계은행 연차총회가 열리고 있는 아랍에미리트 두바이에도 시장의 이목이 집중됐다. 선진국 거물급 참석자들이 '환율 발언'을 쏟아낼 때마다 그 속에 담긴 저의를 파악하느라 분주한 시간을 보냈다. ◆팔 걷어붙인 외환당국 이날 개장 전부터 구두개입이 쏟아졌다. IMF 총회가 열리는 두바이에선 김진표 경제부총리의 '응징론'까지 날아들었다. 김 부총리는 국내 외환시장 개장 직전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환율이 급하게 변동하는 것은 큰 일"이라며 "투기 세력에 대해 엄중하게 경고할 필요가 있고 반드시 응징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미국의 외환시장 개입 지적에 대해서도 "미국이나 IMF는 환율과 관련해 한국에 대해 아무런 얘기도 할 입장에 서 있지 않다"고 못박았다. 국내에서는 한은이 구두개입에 앞장섰다. 한은 고위 관계자는 외환시장이 열리기 직전 △엔화가 전날 수준을 유지하고 있고 △국내 증시에서 외국인이 순매도로 전환,달러 매수 요인이 부각되고 있으며 △은행들도 전날 달러를 대거 팔아치운 영향으로 '숏 포지션(달러화 부족상황)'에 있다는 점 등을 들어 원화환율이 1천1백50원 위에서 유지될 것이라는 의견을 내놓았다. ◆극심한 눈치보기 장세 이같은 외환당국의 개입으로 이날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30전 내린 데 그친 1천1백51원으로 출발했다. 이후 외환당국의 개입으로 추정되는 달러 매수 주문이 나오면서 전날보다 1원20전 높은 1천1백52원50전까지 상승했다. 국내 증시에서 외국인들이 1천억원 이상을 순매도한 것도 환율을 떠받치는 데 기여했다. 그러나 고점매물에 막혀 추가 상승하지 못하고 보합 수준에서 치열한 공방전만 이어졌다. 최정선 신한은행 과장은 "여전히 달러 매도 심리가 강했으나 시장개입에 대한 경계감과 전날 급락에 따른 관망세로 인해 하루종일 조심스럽게 거래가 진행됐다"고 시장 분위기를 전했다. 장중에는 전날 환율 급락으로 미국계 투자은행들이 톡톡히 재미를 봤다는 얘기가 나돌았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지난 19일 장 막판 미국계 투자은행들이 달러를 대거 팔아치웠다"며 "이같은 달러 매도 계약이 어제나 오늘 청산돼 상당한 차익을 챙겼을 것"이라고 말했다. 육동인·안재석 기자 yag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