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2006.04.04 07:21
수정2006.04.04 07:25
과천 관료들로부터 요즘 "어떻게든 되겠지요"라는 말을 자주 듣는다.
초임 사무관 시절 "글쎄요"라고 답했다가 윗사람에게 눈물이 나도록 혼났던 기억을 마치 어린시절 '아름다운 추억'인양 말하는 엘리트 관료들의 입에서 나올 만한 소리는 아니다.
그런데 새 정부 초기 가끔 듣던 이 소리가 요즘 부쩍 자주 들린다.
물론 정책 결정과정이 시민단체 등에 공개되면서 관료들의 입지가 좁아진 세태를 반영한 것으로 이해할 수도 있다.
그러나 요즘은 그 정도가 너무 심하다는 생각이 든다.
관료들의 푸념과 자조가 조직 전체의 의욕 상실로 이어지고 이것이 정부 의사결정시스템의 부실화로 귀착되고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다.
예컨대 외환당국은 지난 22일 원·달러 환율 '폭락'을 막기 위해 총력을 다했다.
당국자들이 모두 나서 "환율 급락을 좌시하지 않겠다""외평채(달러를 매입할 재원) 발행 한도를 추가 확보하겠다"고 한마디씩 했고 실제 시장에 개입,5억달러어치의 달러를 사들인 것으로 전해졌다.
재정경제부의 한 실무자는 "오늘(22일) 5백억원을 포함해 최근 외국인 자금이 시장에서 빠지고 있다"며 "단기적으로 달러 유입에 따른 환율 하락(원화가치 상승) 압력은 크지 않다"고 자신감을 보이기도 했다.
그러나 같은 시간.재경부에서는 연내에 달러 유입이 급증할 것이란 희소식(?)을 전하는 브리핑이 열렸다.
정부가 22일 아랍에미리트와 이중과세방지 협정을 체결하게 되면 아랍 부호들의 돈(달러)이 2배는 더 들어올 것이란 소식이었다.
물론 장기적으론 환영할 만한 소식이다.
그러나 당장 외환시장에서 달러를 매입해가며 '고군분투(孤軍奮鬪)'하는 외환당국자들에겐 그야말로 '뒤통수'치는 소식이 아닐 수 없다.
건설교통부 장관과 재경부 차관이 "판교 신도시에 학원단지를 만들겠다"고 한 데 대해 교육부총리가 "그런 얘기는 신문보고 알았고 바람직하지도 않다"고 딴죽을 건 것은 이같은 정부 내 엇박자의 클라이맥스라고 해야 할까.
박수진 경제부 정책팀 기자 parks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