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들이 경찰에 넘기자는 것을 외국인 근로자들이.. 한국에서 고생한다고... 불쌍하다며 보내줬는데..." 23일 오후 3시께 인천시 부평화장터에서 아들의 시신을 운구해온 김진웅(48.시흥시 대야동)씨는 영정 앞에서 하염없이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아들 지연(19.대구 경운대.안경학과)군이 성추행 당하던 여성을 구출한후 외국인 불법체류자가 휘두른 흉기에 가슴을 찔려 의식을 회복하지 못한 채 한 달 만에 숨졌기 때문이다. "우리 아이는 천성이 너무 착해요. 이날도 성추행하려던 외국인 근로자들을 제지한 뒤 친구들이 경찰에 넘기려는 것을 설득해서 그들을 집으로 보내줬답니다. 그런데 오히려 칼에 찔렸으니..."라며 김씨는 말을 잇지 못했다. 지연군이 사고를 당한 것은 지난달 24일 오전 3시30분께 시흥시 신천동 한 놀이터에서다. 개학을 앞두고 다음날 구미로 내려갈 예정이던 지연군은 호프집에서 아르바이트를 마친 친구를 만나기 위해 이날 늦은 시각 놀이터로 나갔다. 그런데 갑자기 '사람 살려'라는 비명 소리가 들려 친구들과 현장에 가보니 외국인 근로자 2명이 귀가 중이던 한모(18)양을 성추행하고 있었다. 지연군은 이들을 제지한 뒤 '경찰에 신고해 넘기자'는 친구들의 주장을 물리치면서 "외국인 노동자들이 한국에서 고생한다. 우발적 사고라니 봐주자"며 그냥 돌려보냈다. 그런데 잠시후 놀이터에서 친구와 전화를 하던 지연군은 갑자기 어둠 속에서 나타난 성추행범 웬뚜안뚜(24.베트남 국적)씨가 휘두른 흉기에 가슴을 찔리게 된다. 지연군은 평소 동네에서 소문난 효자로 알려져 있다. 대야동에서 칼국숫집을 운영하는 부모님을 돕기 위해 매주 토요일 집에 오면 홀서빙, 설거지, 청소 등을 도맡아 했고 경제적으로 어려운 부모의 부담을 덜기 위해 방학내내 공사판 아르바이트를 했다. "집에 오면 식당일을 도맡아 도와줬습니다. 우리 식당 아주머니들은 매주 토요일 지연이만 오기만을 손꼽아 기다렸다니까요"라며 주민들은 아쉬워했다. 한편 시흥시는 김군의 희생정신을 기리기 위해 김군이 의사자로 선정될 수 있도록 보건복지부에 건의키로 했다. (시흥=연합뉴스) 강창구 기자 kcg33169@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