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전자 및 IT업계에서 최근 벌어지고 있는 짝짓기는 한마디로 예상을 뛰어넘는 수준이다. 이렇게 해서라도 시장을 선도하지 못하면 생존하기가 그만큼 어렵다는 것을 보여준다. 글로벌 파트너가 되기 위한 기본 조건이 확고한 강점분야의 보유이고 보면 그렇지 못한 기업은 도태할 수밖에 없을 것이 분명하다. 특히 주목해야 할 것은 글로벌 기업간 협력양상이 과거와 확연히 다르다는 점이다. 종래의 잣대로 본 적과 아군의 개념은 이미 사라진 것이나 다름없다. 강자간 연합이 증가하는 것도 특징이다. 세계시장의 표준을 주도하고,핵심역량을 더욱 강하게 만들어 수익을 극대화하려는 의도에서다. 대규모 투자가 필요한 분야에서 특히 이런 흐름이 뚜렷하다. 삼성전자 LG전자 등 국내기업들의 글로벌 제휴도 그런 성격으로 볼 수 있다. 최근 삼성전자는 TV 휴대전화 등에서 경쟁관계에 있는 소니와 LCD 합작회사를 설립키로 했으며, 광저장기기 부문에서는 도시바와 합작해 경영권을 넘기는 모양이다. 주력분야에서도 합작을 하고, 필요하다면 경영권을 넘겨서라도 시장을 선도하겠다는 의도가 분명하다. LG전자는 필립스와 LG필립스LCD를, 또 히타치와는 HLDS 합작회사를 각각 세웠고 이들 회사는 지금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홈네트워크 등 차세대 IT 성장산업에선 이런 제휴가 더욱 가속화될 전망이다. 가전업체뿐만 아니라 인텔 델 등 PC진영도 정보가전에 뛰어들 태세이고 MS IBM 노키아 등 소프트웨어 정보서비스 통신업체들도 여기에 눈을 돌리고 있기 때문이다. 표준과 시장선점 경쟁은 그만큼 치열해 것이고 그 과정에서 지금보다 더한 강자와 강자간 연합,적과 아군의 구분이 없는 합종연횡이 벌어질 것이 틀림없다. 세계시장에 나설 만한 강한 기업이 많아야 이런 제휴에 참여할 수 있을 것이고 그래야 생존이 가능한 시대다. 정부의 IT정책과 기업정책도 이런 흐름에 맞도록 변화가 있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