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전쟁' 막올랐다] (1) 공세수위 높이는 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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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정계에서 '환율문제'가 본격 대두된 것은 지난 6월 중순.
존 스노 재무장관의 입을 통해서였다.
공장 밀집지대인 피츠버그를 방문한 그는 "미국의 무역적자가 확대되고 실업이 늘어나는 것은 미국 제조업의 경쟁력 약화 때문이 아니라 중국 등 아시아 국가들의 인위적인 환율 절하에 있다"고 지적했다.
당시만 해도 이같은 발언은 내년 대선을 앞둔 조지 W 부시 행정부가 선거전략 차원에서 '실업 증가의 원인을 내부 정책의 실패가 아닌 외부 변수로 돌리려는 책임 회피' 정도로 해석하는 분위기도 있었다.
하지만 한 달 뒤인 7월16일 앨런 그린스펀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이 상원금융위원회에서 "중국 일본 한국 등 아시아 정부는 통화가치 하락을 유도하는 환율정책을 그만둬야 한다"고 직시하면서 '환율문제'는 워싱턴 정가의 주요 이슈로 떠올랐다.
미국의 대아시아 환율조작 공격은 제조업체 근로자들의 높아진 불만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제조업을 대표하는 전미제조업자연합(NAM) 등 관련 단체들이 7월 초부터 "아시아 국가들의 인위적인 환율 조정이 사라질 때까지 행정부가 통상압력을 가하라"고 요구하고 나선데 대한 화답인 셈이다.
이때부터 미국의 무역적자와 재정적자가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는 발표가 나오면 여지없이 원인을 국내 요인이 아닌 '환율'로 돌리는 등 미국 정치권은 여야 구분없이 환율 총공세에 나서기 시작했다.
그린스펀의 의회 증언이 있었던 다음날 공업지대가 지역구인 공화당의 엘리자베스 돌, 릴지 글레이엄과 민주당 찰스 슈머, 에번 베이 등 4명의 상원의원이 스노 장관에서 "중국 정부가 인위적인 환율 조작을 통해 미 경제에 손해를 끼치고 있다"며 위안화 가치 조작에 대한 정부당국의 조사를 공식 요청했다.
이에 따라 회계감사원(GAO)은 8월4일 중국 일본 한국 대만 등 4개국이 수출 증대를 위해 환율을 조작하고 있는지에 대한 공식 조사에 착수했다.
GAO는 의회로부터 조사요청을 받은 후 통상 90일 안에 보고서를 제출해야 하기 때문에 조사 결과는 10월 말쯤 나올 예정이다.
GAO는 행정조치나 입법권한은 없으나 의회나 행정부처에 의견서 형식으로 입법이나 행정조치를 권고할 수 있는 기관이다.
의회의 압력이 거세지자 스노 장관은 9월5일 태국에서 열린 APEC 재무장관 회담에 참석하는 길에 직접 일본과 중국에 들러 '환율조작 중단과 절상'을 요구했고 APEC 회의에서는 아시아도 장기적으로 변동환율제가 필요하다는 선언을 이끌어냈다.
그러나 미국 의회는 이에 만족하지 않았고 즉각 상원이 중국에 대해 '위안화를 절상하지 않으면 보복관세법안을 추진하겠다'고 경고(8일)했고 하원은 '대 아시아 보복관세 법안 제출 검토'(10일)를 결의했다.
중국 위안화를 통상법 301조에 걸어 제소하겠다는 전미제조업협회의 압박도 나왔다.
결국 중국을 겨냥한 미국의 환율전쟁이 한국과 일본 대만으로까지 유탄이 튀면서 동아시아지역이 미국으로부터 무역보복을 받게 될 위기에 처한 것이다.
육동인 기자 dong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