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산업자원부와 KOTRA 공동 주최로 열린 '허브코리아' 포럼에서 다국적기업 대표들은 한국의 노사문제, 중국과의 임금격차, 북핵문제 등에 깊은 관심과 함께 우려를 표명했다. 특히 최근 강도를 더해가고 있는 노사갈등에 대해서는 "언제쯤 노사분쟁이 한국에서 완전히 사라질 것니냐"며 대책마련을 촉구했다. 윤진식 산업자원부 장관을 비롯한 경제관료들이 이들이 투자보따리를 풀게 하기 위해 다각적인설명과 투자유인책을 내놓았지만 외국기업들의 불신을 해소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는 것이 대체적 평가다. ◆ "노사분쟁 이제 그쳐야" 세계 3위 항공특송업체인 미국 페덱스사의 데이비드 J.로스 부사장은 "지난 2년간 노사문제가 한국에서 굉장히 심각했는데 아직까지 해결되지 않고 있다"며 말했다. 그는 "외국기업들은 투자하기 전에 어떠한 손해(damage)도 감수하기를 싫어한다"고 강조하고 "한국이 외자유치를 하기 위해선 2,3년 뒤에 또다시 노사분쟁이 일어날 수 있을 것이란 우려가 제기돼선 안된다"며 강조했다. 3년전부터 합작형태로 한국에 투자해온 독일 헬라 베어사의 토마스 사장은 "강성 노조로 유명한 독일에서도 노사관계에 많은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며 "한국 노조도 경제가 활성화돼야 이익을 공유할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고 충고했다. 성공사례 발표에 나선 외국기업 CEO들까지도 쓴소리를 아끼지 않았다. 한국후지제록스의 다카스기 노부야 한국후지제록스 회장은 한국투자 성공사례 발표에서 "5년전 노사협상에서 회사의 어려운 사정을 충분히 설명했는데도 노조가 회사가 도산해도 보너스는 꼭 받고 싶다고 말해 경악한 적이 있다"고 경험담을 소개했다. 그는 "관공서에 납품할 일이 있었는데 고위인사로부터 '제품을 사줄테니 부하직원들 챙겨주게 돈을 달라'는 요구를 받은 적이 있으며 서열을 지나치게 중시하는 한국문화가 사업에 장애로 작용하기도 한다"고 지적했다. 머크 코리아의 베르너 화이퍼 사장도 "한국 직원들은 경제상황이나 회사사정이 나빠도 자기 몫을 챙기려고 하는 경향이 있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청와대직속의 동북아경제중심추진위원회 정태인 기획조정실장은 "노사문제는 노무현 대통령이 가장 고민중인 부문"이라며 "특정 대기업의 전투적 노동운동이 문제이며 이들만 설득할 수 있다면 타협적 노사문화가 형성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 "중국과의 경쟁력 우위에 의문" 윤 장관은 이날 기조연설을 통해 투자처로서 한국시장의 '매력'을 누차 강조했지만 외국인 투자자들의 반응은 냉담했다. 룩셈부르크 IEE사의 후버트 제이콥 사장은 "한국이 중국보다 노동비용이 훨씬 높은데 해결방안이 과연 있느냐"고 물었다. 미국 제이빌 서키트사의 도날드 C.펄슨 이사도 "다국적 기업이 공장을 세울 때는 무엇보다도 먼저 그 지역의 노동비용을 따진다"고 강조했다. "중국도 엔지니어 등 고급인력은 연 3,4천달러를 지불해야 고용할 수있을 정도로 임금수준이 낮지 않다"(벨기에 베카에르트사 폴 후이젠트루이트 사장)는 반론도 제기됐지만 다른 참석자들의 "우리는 한국에서 숙련공 말고 일반인력도 필요한데 일반인력 부문의 임금경쟁에선 중국을 이기지 못한다"는 목소리에 묻혀버렸다. 박봉규 산업자원부 무역투자실장은 이에 대해 "한국과 중국 간에 임금차이가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노동생산성이나 산업기반 격차 등을 배제한채 단순비교하는 것은 무리"라고 반박했다. ◆ "동북아허브 청사진 보여달라" 보안ㆍ응급분야 세계 최대기업인 덴마크 그룹4 팔크사 로브 맥도날드 아ㆍ태지역대표는 "싱가폴은 동북아허브로서 좋은 모델을 보여주고 있고, 인도 봄베이도 서비스기업이 활동하기에 좋다"며 "한국은 어떻게 매력적인 허브로 부상할 수 있나"라고 물었다. 한 소프트웨어사는 "한국시장은 외국제품에 대해 거부감이 있는데다 정부규제 또한 국제기준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점이 문제"라며 "자기만의 독특한 규제를 가지고 있으면 외국기업들이 활동하기 어렵다"고 꼬집었다. 프랑스 알스톰 인터내셔널사의 로렌스 호스킨스 수석부사장은 "동북아허브 비전에 대해 한국의 재벌들은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가", "중국을 앞지르고자 하는 것이 동북아허브 구상의 최우선 목표인가"라며 꼬치꼬치 따져물었다. 이밖에 다국적 기업들은 남북간 경협사업의 진척상황, 부정부패 사례, 경제자유구역 입주시 혜택 등에 대해서도 깊은 관심을 나타냈다. 김병일 기자 kb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