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관악구 봉천동에서 치킨점을 운영하는 N씨는 주문전화가 걸려오면 머리 속으로 'A,B,C…'를 되뇌인다. 그는 가게를 자주 방문하거나 매출을 많이 올려주는 정도에 따라 고객을 3등급으로 나눠 관리한다. A등급은 매출기여율이 가장 높은 최우수 고객, B등급은 자주 주문을 하는 우수고객, C등급은 몇 달에 한번 주문하는 고객이다. 이 가운데 B, C등급을 어떻게 A등급으로 끌어 올리느냐 하는게 N씨가 고민하는 마케팅 포인트다. "고객의 이름을 불러주는 거요, 그것은 기본이죠. 고객의 70% 이상이 주변 1㎞ 반경 안에 있는 지역 주민들입니다." N씨는 처음 치킨전문점을 시작했을 때를 생각하면 온몸에 두드러기가 돋는다고 말했다. 그는 치킨배달 전문점을 아주 쉽게 생각했다. 자신이 좋아하는 제품을 판매하는 것이고 지역주민을 상대하는 사업이라면 더 잘 되지 않을까 하는 막연한 희망을 가졌다는 것이다. "가게를 오픈하고 의욕적으로 판촉을 했어요. 좋은 제품을 갖춰놓고 전단지를 뿌리면 그냥 내버려두어도 고객들이 주문을 해올 줄 알았어요. 하지만 기대만큼 매출이 오르지 않았어요." 그러던 어느날 그의 사업관을 확 바꾸어 놓은 사건이 일어났다. 자주 주문을 하는 단골손님이 바쁜 일이 있다면서 지난번에 주문한대로 보내달라는 말만하고 전화를 끊어버린 것이다. 고객의 이름을 제외하고는 아는 것이 아무 것도 없었던 N씨로서는 난감할 수 밖에 없었다. "그렇구나, 내가 고객에 대해 아는 것이 없었구나." 이 일을 계기로 그는 사업은 고객을 아는 것으로부터 시작된다는 확신을 갖게 되었다. 그때부터 그의 사업은 새롭게 시작됐다. 그의 컴퓨터에는 고객의 개인정보와 그들이 구입한 제품 등이 입력되기 시작했고, 고객과의 관계도 완전히 다르게 바뀌었다. N씨에게는 3등급의 고객이 있다. 그중 A등급 고객들은 마치 자기 가게인양 '홍보담당자'처럼 행동한다. "이 가게는 뭔가 다르다"며 입에 침이 마르도록 칭찬하고 다닌다는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장기불황으로 매출격감의 고통을 호소하고 있지만 불황 중에도 단골고객들은 지속적으로 치킨을 주문하고 있다. 불황일수록 고객에게 한발 더 다가서는 지혜가 필요하다. 유재수 < 한국창업개발연구원장(www.changuptoday.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