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급락에 이어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산유량감산 결정으로 국제유가가 급등하면서 원유의존도가 절대적인 국내 산업계에 비상이걸렸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정유업계는 고유가 사태가 지속될 경우 국내 석유제품가격인상이 불가피할 것으로 내다봤으며 석유 다소비 업종인 항공과 유화업계는 국제유가 상승이 채산성 악화로 이러지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정유.석유화학 = SK㈜[03600]와 LG칼텍스정유 등 정유업계는 자체적으로는 환율하락에 이은 국제유가 상승이 호재로 작용하고 있다. 업종특성상 원유도입에 따른 달러화 부채가 많기 때문에 환율이 하락할 경우 환차익을 챙길 수 있는 데다 올 초 이라크전 때도 드러났듯 국제유가가 급등하면 그만큼 석유제품가도 올라 채산성이 좋아지기 때문이다. SK㈜의 경우 국제유가 등락이 국내유가에 반영되려면 한달 이상 시차가 있기 때문에 OPEC의 감산 결정이 당장 국내유가에 영향을 미치지는 않겠지만 고유가 사태가장기화될 경우 석유제품가 인상에 따른 경기침체가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했다. SK㈜ 관계자는 "OPEC의 감산배경은 원유 과잉공급에 따른 것이므로 전세계 석유수급에 미치는 역할은 제한적일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원료의 대부분을 석유에 의존하는 석유화학업계 역시 원료구입비 상승에 따른원가부담은 늘어나겠지만 유가가 상승할 경우 석유화학제품가도 동반상승하기 때문에 단기간에 채산성이 나빠지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다만 고유가사태가 장기화되고 경기침체로 이어질 경우 전반적인 판매량 감소에따른 실적악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했다. LG화학 관계자는 "원유가가 상승하면 석유화학제품가도 덩달아 뛰기 때문에 당장 실적에 큰 영향이 있지는 않다"면서 "다만 사태가 장기화되면 경기침체에 따른수요감소가 불가피할 것"이라고 말했다. ◆항공 = OPEC의 감산 결정에 따라 항공사들도 유가동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있다. 대한항공[03490]은 유가대책으로 율도 항공유 비축기지(최대 85만배럴 규모)와인천.김포공항 항공유 급유시설의 비축량을 최대한 늘리는 한편 최단거리 경제성 항로개발에 적극 나서는 방안을 적극 검토중이다. 아시아나항공[20560]도 유가 급등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경영수지에 영향을 줄수 있다고 보고 선물거래 등 헤징대책에 대한 재점검에 나서는 등 발빠른 대응에 나섰다. 그러나 이번 감산결정의 직접적인 충격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연간 1조원 정도의 유류비를 지출하고 있는데 율도기지에 1개월치 정도의 항공류를 비축하고 있고 외국 금융.투자사 등과 선물거래 등을 통해2개월치 정도는 헤징을 해놨기 때문에 당장 직접적인 영향은 없을 것으로 전망한다"고 말했다. 아시아나 관계자는 "지금까지 유가가 하향곡선을 그려왔고 OPEC의 이번 결정도이같은 하향세를 일시적으로나마 막아보자는 취지이기 때문에 유가급등이 장기적인현상은 아니라고 판단하고 있다"면서 "한달 평균 시세로 유가를 결제하고 있기 때문에 큰 충격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철강.자동차 = 포스코[05490] 등 철강업계는 원료의 대부분을 유연탄과 전기에 의존하기 때문에 OPEC의 감산결정이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포스코의 경우 일부 발전설비 원료로 벙커-C유를 사용했으나 최근에는 대부분액화천연가스(LNG)로 교체해 원료중 석유가 차지하는 비중이 미미한 실정이다. 포스코 관계자는 "고유가 사태가 장기화돼 유연탄 등 기타 원료가격의 연쇄상승을 불러온다면 몰라도 당장은 OPEC의 감산결정이 철강업계에 큰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자동차업계 역시 고유가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차량소비가 줄어들 것을 우려하고 있으나 현 사태가 장기화될 가능성은 크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서울=연합뉴스) 정 열기자 passion@yonhapnew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