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인수합병(M&A)은 매력적인 경영전략이다. 이미 영업하고 있는 회사를 사게 되면 새로운 시장에 신규 진출하는 데 비해 여러가지 리스크(risk·위험)를 줄일 수 있다. 특히 경쟁사를 인수할 때는 단번에 시장 대부분을 장악할 수 있는 위치에 오르기도 한다. 새 회사의 시장가치가 높아지는 만큼 자본 조달도 쉬워지고 되팔 경우 인수가를 빼고도 남는 막대한 이익을 얻을 수 있다. 그러나 이런 긍정적인 시나리오에는 대전제가 있다. 적정한 가격을 주고 살 때나 가능한 일이라는 얘기다. 반대로 과도한 프리미엄을 지급한 경우 M&A는 성장의 발전축이 아니라 나락에 빠뜨리는 함정으로 변하고 만다. 'M&A 게임의 법칙-위대한 기업을 만드는 인수합병 성공전략'(마크 서로워 지음,보스턴컨설팅그룹 서울사무소 옮김,더난출판사,2만원)의 원제는 '시너지의 함정(The Synergy Trap)'이다. 인수나 합병을 하게 되면 그 이전 개별 기업으로 있을 때보다 훨씬 나은 시장가치를 갖게 될 것이라는 '막연한 환상'을 정면으로 파헤친 실증적 보고서다. 미국의 경우 1980~9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M&A가 아주 활발했다. 그러던 것이 아이디어 하나로 쉽게 자본을 조달하고 IPO(기업공개) 등을 통해 '떼돈'을 벌 수 있는 인터넷 IT(정보기술) 벤처 등 신경제 모델에 밀려 시들해졌었다. 신경제의 거품이 꺼진 지금 실체 없는 비즈니스 모델에 대한 회의론이 번지면서 다시 M&A가 주목받고 있다. 국내의 추세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최근의 M&A붐은 90년대와는 양상이 자못 다르다. 게걸스럽게 사들여 덩치를 키우는 대신 기업가치를 실제로 높일 수 있는 방안에 더 많은 관심을 갖는 실제적 접근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이런 변화의 이면에는 90년말 출간된 이 책의 영향이 적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이다. 저자인 마크 서로워 박사(보스턴컨설팅그룹 글로벌 이사)는 프리미엄과 시너지 사이의 역학관계를 분석함으로써 M&A 의사결정 과정에서 예측 가능한 손실을 피할 수 있는 구체적 대안을 제시했다. 그는 그동안 막연히 '1+1=3'이라는 공식으로 정의돼온 시너지를 '두 기업이 합병 이전에 개별 기업으로서 달성할 수 있었던 것 이상의 성과 개선'으로 정의한다. 그 바탕에서 AT&T 유니시스 타임워너 노스웨스트항공 소니 P&G 등 세계 유명 기업들의 성공 비결과 실패 원인을 분석하고 있다. 이런 실증적 연구를 통해 그는 M&A에 대한 환상에 경종을 울리고 있다. 그는 M&A 전략은 평균적으로 볼 때 인수기업의 가치를 파괴할 뿐이고 M&A 규모가 상대적으로 크다고 해서 성과가 절대 좋아지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주식시장과의 연관 관계도 자세히 밝혀놓고 있다. M&A 발표 시점의 주가 변동이 장기적 성과의 지표가 되고 현금을 이용하는 것이 주식을 이용할 때보다 성과 측면에서 긍정적인 결과를 가져온다는 것이 그의 연구 결과다. 합병 프리미엄이 높아지면 손실도 커지고 참여자가 많은 경쟁입찰에는 나설 필요가 없다는 상식적 경험칙도 그의 연구를 통해 입증된다. 한편 서로워 박사는 한국어판 출간을 기념해 오는 30일 오전 7시 서울 하얏트 호텔에서 조찬 강연회를 갖는다. 문의 이코퍼레이션 (02)3452-0202(교환 111), e메일:emilia@e-corporation.co.kr 권영설 전문위원 yskw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