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진행 중인 환율전쟁의 화두는 '시장개입'이다. 중국 일본 한국 대만 등 동아시아 국가들이 환율을 끌어올리기(통화가치를 낮추기) 위해 외환시장에서 자국통화를 팔고,달러화를 사는 시장개입으로 환율을 조작하고 있다는 게 미국과 유럽연합(EU)의 불만이다. 그러나 시장개입은 환율전쟁에서 수세에 몰려있는 동아시아 4국의 전유물은 아니다. 역사적으로 시장개입은 미국과 유럽에서도 빈번했다. 다만 2001년 이후에는 하지 않고 있을 뿐이다. 시장개입의 효시는 1985년 9월의 '플라자합의'다. 당시 미국 일본 독일 영국 프랑스 등 선진5개국(G5)의 플라자합의는 실제로 시장에 자금을 투입하기 보다는 구두개입과 금리조절 등으로 달러가치를 인위적으로 낮추기 위한 조치였다. 실제 시장개입도 이뤄졌지만 규모나 횟수는 많지 않았다. 실질적인 시장개입으로 부를 만한 사건은 영국에서 일어났다. 1992년 여름 '헤지펀드의 대부' 조지 소로스가 영국 파운드화를 공격하자 영국중앙은행이 파운드화가치의 하락을 막기 위해 수십억달러를 시장에 투입했다. 그러나 이 시장개입은 실패,영국은 유로체제의 전신인 유럽환율안정장치(ERM)에서 탈퇴해야 하는 수모를 겪었다. 이어 2년 뒤 일본의 시장개입이 본격화됐다. 94년6월 엔·달러환율이 사상 처음으로 달러당 1백엔 아래로 떨어지는 '슈퍼엔고'시대가 시작되자 일본정부는 수시로 시장에 개입했다. 일본의 잇따른 시장개입에도 엔화가치가 이듬해 3월 달러당 80엔대로 치솟자 미국 일본 독일 등 세계 18개국이 참여하는 사상 최대 규모의 협조개입이 실시됐다. 이번에는 엔고를 막기 위한 협조개입이었다. 이 개입은 그해 여름까지 10여차례 이뤄졌다. 미국은 달러회복(엔고저지)을 위해 여러차례 단독으로 시장에 들어가기도 했다. 그후 약 3년간 국제외환시장에서 시장개입이 거의 자취를 감췄다. 그러다 98년6월 아시아외환위기의 여파로 엔화가치가 1백50엔선을 위협할 정도로 폭락하자,일본과 미국이 엔약세를 막기 위해 함께 시장에 들어갔다. 최후의 협조개입이었다. 동시에 미국의 마지막 시장개입이기도 했다. 미국편을 들어 동아시아통화의 평가절상을 요구하고 있는 EU도 지난 2000년11월 유로화가치를 올리기 위해 여러차례 시장에 개입했었다. 이 같은 시장개입 역사를 감안할 때 미국과 유럽이 동아시아를 환율조작국으로 몰아 절상압력을 가하고 있는 것은 부당하다는 지적도 있다. 이정훈 기자 leeh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