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호군 과학기술부 장관은 지난 3월21일부터 대덕에 있는 국립중앙과학관에서 1주일에 한차례씩 집무를 하고있다. 2월27일 장관으로 부임한 지 한달도 채안돼 대덕연구단지에서 현장근무에 나선 것이다. 대덕단지 연구원들이 업무보고 등을 위해 정부청사에 들러야 하는 번거러움을 덜어주고 정부출연연구소의 개혁방안 등에 대해 현장의 목소리를 직접 확인하기 위한 것이었다. 그는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원장 출신으로 대덕단지의 현실 및 문제점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다. 그래서 대덕을 세계적인 연구단지로 탈바꿈시킬 수 있는 적임자로 꼽힌다. 참여정부들어 열리는 첫번째 국정감사를 준비하느라 눈코 뜰새없이 바쁜 박 장관을 과천 정부청사 과학기술부 장관실에서 만났다. [ 인터뷰 : 오춘호 과학기술부 차장 ] -취임하자마자 '현장 행정'이란 기치를 내걸고 대덕 단지와 지방을 다니면서 연구원 대학교수 기업인 등을 만나고 있습니다. 현장행정에 대해 중간 평가를 해주시지요. "KIST 원장으로 있으면서 연구원들이 과학기술 행정의 흐름에 대해 항상 궁금해하고 있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따라서 현장의 과학기술인들에게 과기부가 어떤 곳이며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지를 알려줘야겠다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지난 7개월간 대덕 출연연구소는 물론 지방대학 연구센터 등을 두루 돌았습니다. 과기부의 정책을 설명하고 현지 연구원들로부터 애로사항을 들었습니다. 이를 통해 정부와 과학기술인간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고 생각합니다. 과학기술부가 이공계 출신들의 '마음의 고향'이란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대덕 연구원들은 새 정부 들어 대덕의 위상이 어떤 모습으로 바뀔지 관심이 많습니다. 새 정부 들어 대학과 기업이 연구개발의 핵심으로 떠오르면서 출연연구소가 소외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연구원들 사이에서 나오고 있습니다. "한국의 연구개발 역사는 대학과 출연연구소 기업이 서로 역할을 분담하면서 협력하는 형태를 견지해 왔습니다. 대학은 기초 연구나 기반기술 연구 등을 줄곧 맡아왔고 출연연구소는 연구개발 리스크 분야를 책임져왔습니다. 이같은 역할 분담체제는 차세대 성장동력인 디스플레이를 개발할 때도 변하지 않을 것입니다." -대덕연구단지는 국가 연구개발 중심 축으로 계속 육성돼야 한다는 게 중론입니다. 일부에서는 R&D 허브로 키워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습니다. "대덕연구단지는 과기부 연구개발 예산의 48.9%가 투자되는 과학기술계의 심장부로 참여정부가 내건 '제2의 과학기술 입국'을 달성하는 데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해야 합니다. 정부는 대덕을 국가 균형발전의 중심모델로 만들 계획입니다. 그러나 정부의 일방적인 역할만으로는 성공할 수 없습니다. 이제는 과학자 연구기관 정부 대전시민 언론 등이 다함께 만들어가야 합니다. 이젠 연구소가 국민에게 무언가를 보여줘야 할 의무가 있습니다." -지방의 연구개발 능력을 끌어올리기 위해 과기부가 힘을 쏟고 있습니다. 그러나 전국적으로 연구개발 분야를 고르게 발전시키는 과정에서 대덕이 오히려 소외될 수도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만…. "대덕연구단지의 지난 30년간 노하우와 성과물들을 이제는 전국으로 확산시켜 나가야 합니다. 그래야만 한국의 연구개발 파이도 커질 수 있습니다. 대덕 단지는 지방의 과학기술 혁신을 이끌면서 더욱 성장해 나가야 합니다. 이를 위해 과학기술부는 3백억원을 투입해 내년부터 지방과학기술을 혁신하는 '지역 연구개발 클러스터 구축사업'에 나설 계획입니다. 지방자치단체가 지방대학과 정부출연연구소 연구실을 한 곳에 집적시켜 네트워크를 구축하거나 지역특화 분야의 정부출연연구소 연구실을 유치할 경우 지원할 계획입니다. 이렇게 되면 대덕연구단지는 지역적인 한계에서 벗어나 인력과 재원이 모여들게 될 것입니다." -정부출연연구소의 체제나 PBS(사업기반 연구관리시스템) 제도의 개편에 과학기술계가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습니다. 어떻게 돼 가고 있습니까. "정부출연연구소 개편은 연구원들의 연구 역량이 극대화될 수 있는 방향으로 추진한다는 원칙에 변함이 없습니다. 따라서 인위적으로 무리하게 개편하는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입니다. 현재 정부혁신지방분권위원회 등에서 연구회 체제의 개편에 대해 검토하고 있습니다. 과학기술정책연구원(STEPI)도 효율화 방안을 마련하고 있습니다. 정부와 관련기관의 검토 결과와 전문가 출연연구소의 의견을 종합 검토해 올해 안에 추진 방향을 도출할 것입니다. PBS는 연구원들간 경쟁을 통해 출연연구소와 국가연구개발투자의 효율성을 제고하기 위해 도입된 제도입니다. 그러나 연구원들이 안정적으로 연구하는 데 방해가 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국가연구개발사업 중 출연연구소의 고유 기능에 부합하는 사업을 기본 사업으로 점차 전환해 안정적으로 연구비를 확보할 수 있도록 할 계획입니다. 내년에는 정부의 국가지정연구실사업,출연연구소 일류화사업 등을 출연연구소에 이관키로 했습니다. 총 4백87억원 규모입니다. 앞으로 출연연구소의 국책연구개발 사업을 확대해 연구활동을 안정적으로 해나갈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연구원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얘기가 있다면…. "우선 자신감을 가져야 합니다. 자신감이 없으면 아무리 좋은 상황이 전개돼도 효과가 없습니다. 그러나 자신감이 있으면 용기와 예지가 생깁니다. 정부도 자신감 있는 연구인력들을 도와줄 것입니다. 대덕 현장집무를 통해 연구원들에게 '정부는 연구원 편'이라는 인식을 심어줬다고 믿습니다. 둘째 서로 칭찬하고 협조하는 선순환 분위기를 만들어야 합니다. 선의의 연구경쟁도 좋지만 연구원들끼리 얼굴 붉히는 풍토는 없어져야 할 것입니다. 셋째 연구비는 국민 세금으로 지원되고 있다는 사실을 항상 인식해야 할 것입니다. 훌륭한 연구를 하는 것이 국가 발전에 기여하는 일이라는 사실을 명심하고 자긍심을 가져야 합니다." 정리=장원락 기자 wr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