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용씨의 작품 소재(오브제)는 골동품이다. 유럽 미국 중국 등의 벼룩시장에서 수집한 고가구에서부터 축음기 카메라 시계 고서 등을 박제 처리해 추억이 담긴 골동품으로 탈바꿈시킨다. 서울 평창동 갤러리 세줄에서 열리고 있는 '오픈 스튜디오'는 부산 해운대에 있는 작가의 작업실을 전시장으로 통째로 옮겨 놓은 것이다. 화석으로 된 장미와 체리 우표 포도주 바이올린 시계 카메라 축음기 곤충의 오브제 작품 1백8점을 진열했지만 작가가 전시장에서 작업을 계속하고 있어 전시가 끝나는 11월15일까지는 작품 수가 늘어날 예정이다. 이씨는 폴리코트라는 화학제품을 사용해 오브제를 진공상태로 가둬 화석(化石)으로 둔갑시킨다. 시간을 봉인함으로써 오랜 기간 남아 있을 작품들 속에서 '기억'의 의미를 되새긴다. 작가는 이를 "오브제로 엮는 기억의 서사시"라고 말한다. 1백년 된 영국산 나무 테이블 위에 머리카락 굵기만한 가는 붓으로 레이스 받침과 편지 시계 안경 열쇠를 그려 넣기도 했다. 이원일 시립미술관 학예연구부장은 "그는 전혀 미술적 방식이 아닌 수집과 채집,그리고 가공을 통해 독특한 미의 세계를 창출해낸다"고 평했다. (02)391-9171 이성구 미술전문기자 sklee@hankyung.com